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4일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내리면서 풀린 7,000억위안(약 122조2,550억원)이 실물경제에 유입되지 않고 주식 등 투기시장 주변에서 머뭇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6일 제일재경일보는 지준율 인하로 자금이 시중에 풀리겠지만 일부만 기업에 흘러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은행권과 주식시장에 대기할 것으로 분석했다. 급하게 지준율을 낮춘 인민은행의 의도대로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제일재경일보는 "춘제를 앞두고 인민은행이 홍빠오(紅包·붉은 봉투)를 줬지만 유동성이 실체를 벗어나 허구에만 존재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빠오는 설날 세뱃돈이나 각종 경조사에 내는 돈을 말한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113조8,600억위안의 위안화 예금잔액으로 계산했을 때 5,700억위안이 방출되고 농촌과 중소형 상업은행 등 특정 금융기관에서 1,700억위안이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일재경일보는 광파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7,000억위안에 달하는 은행 대출 여력이 발생해도 실제 기업 운용자금 등에 사용되기보다 높은 이자로 빌린 대출의 차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불량자산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꺼리는 점도 지준율 인하에 따른 대출확대 효과를 저해하는 원인이다. 무화 광파증권 채권분석가는 "목적을 가지고 지준율을 더 떨어뜨린 농촌과 중소 상업은행은 신규 대출이 늘어나겠지만 시중은행들은 불량자산 확대로 신규 대출보다 차환을 권할 것"이라며 "기업들도 지난해 11월 금리 인하 이후 낮아진 대출이자 때문에 차환 목적의 대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금융거시경제연구소는 지준율 인하로 우량기업들은 최대 0.5%포인트 정도의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오양 푸파은행 금융시장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대출수요지수는 64.9로 은행이 돈이 없어 대출하지 못한 게 아니라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라며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유입될 규모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둥량 차오상은행 거시경제분석가는 "일부 은행대출이 실물경제보다 채권이나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신용위험 때문에 정부 의도대로 유동성이 흐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왜곡을 인민은행도 이미 눈치채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인민은행은 은행대출이 주식시장으로 쏠리지 않는지 감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민은행 한 관계자는 제일재경일보에 "화폐정책은 실체 경제의 운영효과와 금융 리스크를 제어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과도한 리스크 제어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실물경제의 효과를 높이는 것도 중앙은행 화폐정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