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근혜 노믹스는 신 온돌방 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온돌방의 구들장을 고쳐(경제민주화) 불을 때면(경제활성화) 온기가 골고루 퍼지게 하는 원리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 성장을 통해 온돌방 아랫목을 덥혔지만 윗목을 따뜻해 지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나온 정책기조다. 박 당선인의 경제 브레인들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당선인 식의 경제민주화 우선은 온돌방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의 조화가 근혜노믹스의 핵심인 셈이다.
◇‘원칙 선 자본주의’ 위한 규제 강화= 박 당선인의 경제관은 2009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연설한‘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에 틀이 담겨있다.
그는 이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원칙에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이나 수익률 뿐만 아니라 종업원, 지역사회 등 공동체 이익을 목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공동선이 같아야 진정한 성장이고 지속가능한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시장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감독을 확대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첨단 기법으로 사행성을 감출 수 있는 금융분야에 다양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ㆍ벤처 기업과 영세 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에는‘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흐르도록 놔두라는‘낙수효과’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른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는 진보 진영이 보기에 ‘약해’보이지만 실제 적용시 실효성은 높였다는 게 박 당선인의 주장이다. 그는“경제매체에서도 제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선 당선인 중에 가장 파괴력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 바 있고 경제참모인 안종범 의원 역시“기업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한다.
◇복지 강화통해 양극화 해소= 박 당선인은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적 약자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불평등한 출발선을 재조정해 최소한의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강조하고 실천하려는 복지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로 요약된다. 일단 사다리가 놓이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박근혜 복지'의 필수 요소는 '자립'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근로 능력이 없는 국민의 생활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고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민은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복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복지 구상은 북유럽의 선진국인 덴마크 모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형성된 덴마크의 복지체계는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실업의 고통을 최소화해 정부가 국민의 자립을 돕고 성장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박 당선인은 "덴마크를 방문해 보니 국민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잘 돼 있다"며 "복지를 늘리면 성장도 안 된다는 말을 하는데 낭비 없는 전담체계를 만들고 효율적 정책으로 맞춤형 복지를 달성해 탈락자도 구제하고 자립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감세에서 부자 증세로=박 당선인의 경제운용방안은 원래 이명박 정권의 경제노선과 상당부문 궤를 같이했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며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우선하면 그 열매가 중산층과 서민층으로 서서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소위 '낙수효과'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부자와 빈자 간 간극은 좁혀지기는커녕 되레 확대됐고 계층 간 위화감은 깊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노선과 이별을 고하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행복을 보장하는 열쇠의 하나로 부자 증세를 꼽았다. 대기업의 편법상속을 제한하고 금융소득과세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이 원하는 복지 수준과 재정, 조세부담에 대한 간극이 크면 사회갈등의 원인이 된다"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것부터 해결하는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소득층과 부자에 대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큰 정부로 경기 활성화=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유세 내내 내년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외에 중단기 적인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과학과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창조경제’를 저성장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다. 박 당선인은 창조경제에 실행방안으로“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창조정부 구현, 스펙 초월 채용 시스템 정착 등 7개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창조경제의 내용이 모호하고 IT 거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당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경제성장률을 내세운 역대 정부와 달리 자신은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 목표에 두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성장률보다 실업률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박 당선인 주변 성장론자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에 소극적이었다면 박근혜 정부는 대대적인 예산 투입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미 박 당선인은 가계부채, 보육, 의료 등에 수십조원의 예산 투입을 약속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도 경제매체와 인터뷰에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뜻을 밝혔다. 집권 후 단기 부양책을 통해 온돌방을 따뜻하게 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