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다음달 열릴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엔 약세를 주요 의제로 채택할 계획이다. 또 이 자리에서 엔 약세가 국제 환시장의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펀더멘털'에 기초한 환율 정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의 행보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의제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EU '엔저' 도마 위에 올린다= 29일(현지시간) 불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의 대외비 보고서를 인용, EU가 오는 9일 독일 에센에서 열리는 G7 회담에서 엔 약세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일본의 저금리가 엔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할 예정이다. G7 연설 메모용으로 작성된 '일본에 대한 메시지' 보고서에 따르면, 융커 총리는 G7에서 "엔화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환율의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는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위험도 고조시키고 있다"고 경고할 계획이다. 또 일본은행에 대해서는 "대출정책의 잠재적 결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엔 약세는 일본의 거시경제와 동일 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융커 총리는 유로가 지난해 엔화 대비 10%나 올랐음을 상기시키며 "엔화 하락에 대해 유럽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의 피어 슈타인브루엑 재무장관은 "일본의 최근 회복세가 환율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관련국에 강력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엔화는 (경제적)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반대로 '수사적 표현'에 그칠 것 전망도= 하지만 G7 회담에서 엔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채택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특히 미국이 이 문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의제 채택에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미국의 팀 애덤스 재무부 차관은 지난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은 신중하게 가고 있으며 적절한 정책이 취해지고 있다"고 말해 엔 약세를 쟁점화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RBC 캐피털마켓의 애덤스 콜 선임환율전략가는 "(G7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유럽의 (엔화에 대한 공격)은 현실화 되지 않을 것이며 엔 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강력한 반발에도 특히 30일 일본의 12월 가계소비가 전년 대비 1.9% 하락하고 실업률은 전월보다 0.1% 포인트 높은 4.1%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화 매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ㆍ유로 환율은 유로당 157.74엔까지 올라갔으며 엔ㆍ달러 환율도 뉴욕외환시장에서 전일보다 0.30엔 상승한 달러당 121.83엔으로 장을 마감, 4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