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을 ‘1인 1건’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은 투기수요로 나간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목표로 취해진 강도 높은 조치다. 기존 대출규제 방식이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을 ‘회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달 말에 지역과 가격에 상관없이 전 아파트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적용할 방침이어서 담보대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받은 합법적인 대출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갚으라고 소급적용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실수요자에 자금압박을 가해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 해당되는 대출금 규모는 전체 주택담보대출금의 8.5%인 2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문재우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조치는 잠재적 위험요인, 특히 주택가격이 급락했을 때 상대적으로 손실위험이 큰 복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감독당국은 지난 2005년 ‘6ㆍ30대책’으로 동일 차주에 대한 투기지역 내 아파트담보대출(신규 취급 기준)을 1건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와 함께 한 사람이 투기지역 안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2건 이상 대출을 받았다면 1건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은 앞으로 1년 안에 모두 상환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2건 이상 집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는 빌려 쓰는 금융사 차입금을 어떤 방식으로든 갚아야 한다. 투기 수요로 지목되는 이들의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투기지역 담보대출을 1인 1건으로 제한한 것은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 보유자 때문에 집값이 상승한다고 보고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일리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도 “만기 때마다 차주별로 제한이 가해지는 방안인 만큼 점진적으로 담보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기세력이 아니더라도 투기지역 내 아파트 두 채를 모두 담보대출로 구입한 경우가 적지않다. 또 이런 차주의 경우 대출금 상환을 위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같은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주택으로서 본인과 다른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ㆍ취학자녀ㆍ배우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유예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조처할 방침이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이외에 다른 부득이한 사유가 발견되면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은 또 금융권 복수대출 규제 대상 금융기관에 지금까지 포함되지 않았던 농협ㆍ신협 등 상호금융과 여신전문금융사ㆍ새마을금고 등을 포함시켰다. 대출금 상환과 함께 신규 대출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확실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금융기관에 대한 지도ㆍ감독 강화 ▦채무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 별도의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두달 동안 은행ㆍ보험사ㆍ저축은행 등 총 42개 금융회사에 대해 실시한 주택담보대출 임점검사에서 적발된 ‘대출금 용도 외 유용’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또 금융기관간 과당경쟁 억제를 유도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달 말까지 은행권과 공동으로 모범규준을 마련해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체계가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개편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