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형저축 판매가 시작된 6일. 재형저축 가입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많은 준비를 했던 시중은행들은 오전에 너무 한산하자 다소 긴장했다. 재형저축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도 잠시. 주요 고객인 직장인들이 점심 때를 이용해 영업점을 찾기 시작했고 전화 문의도 쇄도했다.
서울 중심가인 을지로에 위치한 국민은행 창구에서는 30여건의 재형저축 상품을 팔았다. 김성민 부지점장은 "젊은 고객들은 창구직원의 상품 설명을 듣고 별 고민 없이 재형저축상품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서민층에 유리한 절세상품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18년 만에 출시된 재형저축은 서민고객들의 가입욕구에 불을 지폈다. 지점별로 상품가입 문의전화는 빗발쳤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개별상품에 대한 고객반응이 이토록 뜨거웠던 적은 200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사이트 펀드를 내놓았을 때 이후 처음인 듯하다"며 "실제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국세청 '홈택스' 서비스가 마비된 것에서도 확인됐다. 재형저축상품 가입에 필수적인 소득확인증명서를 받으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터넷을 통한 증명서 발급이 장시간 지연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비는 했지만 하루에 처리 가능한 접속건수가 한 시간 만에 몰릴 만큼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점을 찾은 고객 중에서는 증명서류가 없어 위임장으로 대체한 이들이 많았다. 박미종 하나은행 을지로영업2부 지점장은 "증명서 발급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많아 위임장을 받고 대신 처리해주고 있다"며 "미리 받은 위임장을 받고 직원이 세무서로 가져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업무현장이 분주했던 곳은 오히려 세무서였다. 세무서의 한 관계자는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오고 있다"며 "오후8시까지 전산처리를 해주기로 했는데 다 못 끝내면 어쩔 수 없이 내일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자금계획에 맞춰 재형저축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아직도 출시예정인 재형저축상품이 많은 만큼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나올 수 있고 최소 7년간은 자금융통에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 WM센터 PB는 "재형저축은 7년 장기상품이어서 자금계획을 잘 세워 불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금융사별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항목이 다르니 복수의 상품을 비교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