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29일] 소통이 잘되는 기업의 조건

지구상에는 100만 종이 넘는 많은 종류의 동물이 산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계에도 몇 개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케일의 법칙이다. 즉, 동물은 크기가 커질수록 심장 박동수와 호흡수가 일정한 비율로 줄어들고 혈액순환 시간은 일정한 비율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진화와 적응으로 잘 다듬어진 동물들의 신체구조가 그렇다면 사람들의 세계, 특히 기업은 어떨까. 기업 역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외부의 새로운 변화를 내부로 받아들이는 속도(동물로 말하면 호흡수)가 줄고 의사결정이 기업 전체에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동물의 혈액순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내ㆍ외부를 아우르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KT 사례를 보자. 전국 각지에 3만명이 넘는 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대표적 대기업인 KT는 올해 들어 'KT Idea Wiki(아이디어 위키)'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선도하고 빠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비장의 카드로 '집단지성'을 선택한 것이다. 시간ㆍ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한 KT Idea Wiki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 내ㆍ외부의 많은 사람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 첫 번째이다.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덧붙이고 제안하면서 아이디어를 보다 구체화 하는 것이 두 번째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공정하고 열린 평가를 수행하도록 하고 결과와 그에 따른 보상까지 모두 KT Idea Wiki를 통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으로 벌써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 표현하기 시작했고 다른 업무에 밀려 늦어지기 일쑤던 아이디어의 평가나 실행 속도가 빨라졌다. 또 실행상황이 공유되기 때문에 보다 책임감 있는 아이디어 실행이 이뤄진다는 평가다. 이에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더해진다면 KT는 변화를 선도하는 유연한 대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KT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더욱 많은 대기업들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얻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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