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이 의사ㆍ한의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유시민 장관과 보건의료단체장ㆍ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법 개정안 발표회를 열기로 했던 것을 전격 연기했다. 이날 장동익 의사협회장을 비롯해 한의사협회장 등 의료단체들은 유 장관에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강력히 밝히면서 공식발표 연기를 요구했다. 복지부도 오는 2월 초까지 의사협회 등과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3월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최종 마무리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맞췄다. 의료법 개정안에 가장 반발하는 측은 의사협회다. 복지부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특징을 고려해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의사들은 한번 면허를 따면 종신면허가 가능했다. 복지부는 의사면허를 10년마다 갱신하는 쪽으로 개정하려 했으나 의사단체들이 “변호사 등 다른 면허가 모두 종신면허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만 갱신을 요구하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절충안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의료행위의 개념 부문에서도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의사들의 의료행위 규정에서 ‘투약’ 기능을 배제하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 의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약품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간호사 관련규정에서 ‘간호진단’ 이라는 용어를 신설하는 등 간호사 같은 진료보조직의 독립성을 높이기로 한 데 대해서도 의사의 불만이 크다. 수술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의사의 지도권이 훼손되면 원만한 시술이 어렵다는 이유다. 의사들은 일단 2월2일 전국 의사반 모임을 가지면서 입장을 모은 다음 2월3일 임시총회를 열어 2월11일 과천청사를 항의 방문하기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여ㆍ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도 복지부 개정안 통과 무산을 요구하는 데 이어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 등도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장동익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위원장(의협회장)은 “의료법 개악이 전면 중단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전면파업도 시사해 자칫하면 2000년 의약분업 당시와 유사한 의료대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개정안 마련을 10차례 협의를 진행하는 와중에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다가 막판에 이러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에서 의원-한의원 공동개원이 가능해진 데 대해 한의사의 종속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동개원이 이뤄지면 자금력이 강한 의원들이 한의사를 고용하는 추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