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총재 신년기자회견對與성토 자제 정책현안 피력 중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17일 연두 기자회견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수권태세를 갖춘 정당의 수장으로서 국가경영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초 회견에서 '안기부 총선자금 유입설' 등과 관련, 격한 어조로 대여(對與) 성토에 나섰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 총재는 경제와 민생, 정치혁신, 대북관계, 교육, 복지, 과학기술 개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대선 공약을 나열하듯 조목조목 자신의 견해를 선보였다.
특히 "경제만큼은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국민이 사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면서 "흔쾌히 협력할 것"이라고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안정된 일자리와 따뜻한 복지, 빈부격차 해소, 지방경제 재건, 주식시장 부정부패 및 불공정거래 일소 등을 약속하고 "공적자금을 낭비한 직무유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권력형비리 의혹에 대해선 단호한 척결의지를 내비치면서 특검제 도입을 촉구했으나 상설화에는 반대했다.
특히 그는 "병든 이 나라를 혁신해야 한다"면서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 깨끗하고 용기있는 리더십으로 경제를 다시 반석위에 올려놓아야 하고 부정부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혁신과 새로운 리더십론을 강조했다.
최근 당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당권ㆍ대권의 분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용의사를 피력한 뒤 "공정한 경선을 위해 경선시기와 절차가 결정된 뒤 적절한 시기에 총재권한대행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가 주장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국민참여경선제 등의 경우 국가혁신위 등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섣부른 언급은 논의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왕적 총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사실상 입장표명을 유보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며 "우리 당은 도탄에 빠진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교육을 바로 세우고 부정부패로부터 이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3김청산'을 주장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공을 들이는 것 같다.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지 말기 바란다. 저는 그분과의 인연으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냈고 정치에도 들어왔다. 그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인간관계를 값지게 하는 것이다.
-개헌문제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인 것 같은데.
▲올 한해 월드컵, 양대선거 등이 있고, 민생경제 등 국민이 바라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이를 모두 제쳐놓고 헌법의 몇개 조항에 메달리자는 말인가. 즉흥적으로 일을 벌릴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영수회담이 필요하지 않은가.
▲영수회담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을 만나 현재 정치상황의 변화를 가져오고 깨끗한 선거의 틀을 잡는다면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다.
-두 아들의 대선기간 외국유학 여부는.
▲가족회의를 열거나 해서 결정한 것 없다. 본인들이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고자 하며 나도 그렇게 믿는다. 작은 아이의 유학도 결정된 바 없다. 가족이나 인척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감정적 공방이 있었는데.
▲김 총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앙금이나 감정은 없다. 작년에 만나서 정치공조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항상 같은 심경과 자세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공감하는 부분은 공조할 생각이 있다.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당적 이탈은.
▲그럴 생각 없다. 대통령과 여당은 공조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에 책임을 지는 공당이고 대통령이 당적까지 떠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양정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