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자는 콜롬버스다. 인도양 항로의 첫 개척자는 바스코 다 가마다」. 이땅의 40대 이상은 이렇게 배웠다.물론 지금은 다르다. 「백인으로서」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고 배운다.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린 19세기 국제법에서 성행된 이론이 있다. 「무주물(선점권론」. 주인없는 땅은 먼저 점하는게 주인이란 뜻이다. 물론 「주인」은 「백인」이다. 비백인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국제법을 강의했고, 영국의 제국주의적 영토확장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 가운데 존 웨스트레이크 교수란 사람이 있다. 그는 세계를 문명지역(백인·기독교)과 비문명지역으로 구분하고, 문명지역만이 국가의 주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명국가가 비문명 국가를 침략해 장악하는 것은 국제법상 정당하다는 논리까지 폈다.
지난 1백년의 세계 역사는 이같은 백인중심의 편향된 사고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사고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 한 예가 최근 두쌍의 미국 부부가 펴낸 「1천년 1천명」이란 책이다. 지난 1천년 동안 인류 문명에 영향을 끼친 1천명의 인물을 선정했다. 금속활자를 발명한 독일의 구텐베르크를 비롯해 마틴 루터, 세익스피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벤 등이 10위권에 올라있다. 이 책은 비백인과 비기독교 문명에 너무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특히 중국, 이슬람, 인도와 같이 지난 1천년 동안 인류 문명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곳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강하다.
지난 세기는 물론 지금도 상존하는 백인중심의 의식은 「힘」(무력)에 의해 가능했다. 새로 맞을 새로운 백년, 천년의 문명과 역사는 「경제력」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구자본과 서구인들의 영향력은 우리 역사상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들의 한마디에 주가는 춤을 춘다. 그들이 매기는 신용등급에 따라 국가경제는 요동을 친다. 더구나 또다른 서구중심의 신세기를 꿈꾸며 유러 체제가 출범했고, 경제 패권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 속에 우리가 있다.
이런 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국가경제에 조금의 책임이라도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천년을 맞는 이땅의 모든 이는 「새천년의 경제지도」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서구의 시각에서 본 극동의 범주에 한반도를 고착화시킬 수는 없다는 자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이상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하고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픔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는 각오도 다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