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우리 기름] "無에서 油" 에너지독립 일군다
산유국 텃세·석유메이저 견제맞서 피땀으로 "자원전쟁"
에키즈카라 광구=손철 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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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규 한국석유공사 소장은 지난해 12월18일 에키즈카라 광구의 첫 시추를 위해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에서 북서쪽으로 1,700㎞ 떨어진 악토베로 향했다. 출장기간은 2개월여. 가족과 송년은 물론 새해도 기약하지 못한채 그는 얼음길과 진흙길, 오랜 세월 눈과 비로 곳곳이 벼랑으로 패인 초원길을 5시간 이상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개발현장에서 전화는 엄두도 못 내고 비상시에 인근 악토베 사무소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 그곳을 찾아간 기자의 인사에 그는 “누군가는 할 일이고 나 같은 한국인이 전세계에 30여명은 될 테니 걱정 말라”며 웃었다.
전세계가 자원전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새해 들어 국제유가는 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으로 다소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도 고유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전문가들은 고유가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확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 빈국인 한국은 자원 부국의 민족주의와 에너지 무기화에도 대처, 에너지를 확보해야 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 일꾼들은 고국이 잠든 밤에도 5대양 6대주에서 석유와 가스를 찾아 일하고 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오지에서, 숨도 내쉬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사의 땅에서, 코발트색 바다만이 허망한 대해에서, 그들은 기름(油)을 캐며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무(無)의 현실을 유(有)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참가국 정상들에게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자원 부국과 소비국이 공동으로 자원 개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의 석유맨들은 충분한 자본도, 별다른 경험도 없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산유국의 텃세와 석유 메이저의 견제를 뿌리치며 전세계 31개국 86개 유전 및 가스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 경제를 돌게 하는 것은 자원독립을 향한 해외 현장의 땀과 눈물, 그리고 피가 남의 땅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1/15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