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원병 농협회장 재선 성공, '통치자금 年8조' 현직 파워 재확인

임직원 임명·사업자금 배분으로 대의원에 영향력<br>농민신문 회장직 유지한 채 출마…자격논란 여전<br>사업구조 개편·FTA 아래 농업보호 등 과제 산적


'현직 프리미엄'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역대 민선 농협중앙회 회장 3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재선에 실패한 사례가 없다. 연간 8조원에 이르는 '통치자금'의 위력이다. 1기 한호선, 2기 원철희, 3기 정대근 회장 모두 도중에 낙마했지만 선거 패배가 아닌 '비리'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현직 회장의 막강 '파워' 재확인=재선에 성공한 최원병 회장도 마찬가지다. 288표 가운데 191표라는 압도적인 득표 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지난 2007년 선거에서 1,183표 가운데 614표(득표율 52%)를 얻어 김병원 후보에 신승을 거둔 것과는 천지차이다. 4년간 지역 조합장들과 대의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회장 자리의 힘이 막강하다는 얘기다. 농협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직 회장은 평소에도 임직원 임명과 무이자사업자금 배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대의원 조합장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며 "더구나 투표권자 수도 조합원 직선제였던 2007년 선거 당시의 4분의1로 줄어 표를 얻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도도 최 회장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이번 선거는 경북 출신인 최원병 회장과 전라도 출신인 김병원 회장 간 지역대결로 치러졌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 2007년 선거에서 최 회장을 지지했던 최덕규 후보(경남 합천 가야 농협조합장)가 중도사퇴함에 따라 경남 지역 조합장들의 표가 대거 최 회장에게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라도 출신 대의원 수가 6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타 지역 표 가운데 김 후보에게 돌아간 표는 40여표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출마 자격 논란 여전..불씨 남아'=최 회장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지만 진흙탕 싸움을 연상하게 한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최 회장의 출마자격을 둘러싼 논란이다. 농협 노조는 최 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직을 유지한 채 출마한 것에 대해 "농협 회장 선거일 90일 전까지 출연기관인 임직원에서 사퇴하도록 한 농협중앙회 정관을 위반했다"며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신문사는 출연기관이 아니다"라며 일축했지만 노조는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신임 회장의 과제는=올해 50주년을 맞은 농협은 내년부터 또 다른 50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종 목표는 농민들이 권익 보호다. 이를 위해 농협은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한ㆍ호주 FTA 등 개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농업을 보호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 51주년이 되는 내년부터 새로 임기를 시작해야 할 최 회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당면과제는 내년 3월 초로 예정된 사업구조 개편을 원활히 마무리하는 것이다. 사업구조 개편은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부문의 경영을 독립시키는 '신경분리'를 골자로 한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지원금으로 6조원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4조원으로 감축한 상태다. 최 회장 역시 6조원을 받아내겠다고 해 앞으로 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농협은 농산물 유통 등 본연의 기능인 농업경제사업은 도외시한 채 이른바'돈'이 된다는 신용사업에만 매달려왔다"며 "향후 농업 개방에 대비해 경제사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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