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정책이 또 다시 비판세례에 직면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연평도 부근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무력도발 탓이다. 특히 이번 도발로 월드컵 후 북한과 당국차원의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도모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은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태의 원인이야 어찌 됐던 이런 불상사가 재발돼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짜 문제는 이번 도발사태를 틈타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우고자 하는 일부 보수론자들의 득세라고 본다.
보수론자들 주장의 가장 큰 허점은 논리의 비약성. 그 단적인 예가 서해교전 사태를 대북 비료ㆍ식량 지원 및 금강산 관광 등 남북교류 정책과 연계, 대북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눈앞의 사태에 흥분한 나머지 사태의 다른 이면을 보지 못하는 보수론자들의 근시안성도 타당하지 못하다.
금강산관광과 민간차원의 교류 등 화해ㆍ협력 정책의 산물들이 남북간 교전사태에 따른 한반도의 초긴장 국면을 누그러뜨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덕적ㆍ윤리적 우위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력도 북한에 적잖은 부담이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완벽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차분한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전협정의 사각지대라 볼 수 있는 북방한계선 문제를 북측과 계속 협의하는 동시에 나름대로 교전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북 교전수칙ㆍ경계수칙 등을 바꾸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의 무력도발은 분명 충격적이고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다분히 감정적이고 대결 지향적인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엉뚱한 해법으로 귀결될 수 있다. 지금은 정책기조를 문제삼을 때가 아니다.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지를 모을 때다.
이상훈<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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