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외교정책 파워게임에 흔들

미국의 외교정책은 누가 운영하는가. 이 질문은 미 헌법에 규정된 권력 분리에 대한 최근 논의들을 조롱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미 정부 내 일부 이해 집단들의 역할에 대한 수사적 공격도 아니다. 그것은 혼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미 행정부를 두 눈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 세계 각국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시급한 질문이다. 국무부와 국방부간의 유서 깊은 앙숙관계는 바그다드 몰락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것의 결과는 혼란과 마비일 뿐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해 가장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중동 평화 로드맵이 지난 주 발표됐다. 그러나 그것은 통상 계획들이 발표될 때 울려 퍼지는 팡파레가 수반되기는 커녕 백악관 뒷문에서 은밀하게 발표됐다. 이러한 조심스러움은 행정부 내 중동 정책에 대한 불일치를 반영한다. 재건 과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지난 주 전 네덜란드 대사였던 폴 브레머가 최고 행정관에 지명됐다는 말들이 새어 나왔었다. 그러나 이 뉴스는 행정관 지명이 갖는 의미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곧 관심 밖으로 묻혀지게 됐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 내 펜타곤 사람인 제이 가너가 새로운 지명자보다 서열이 낮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해 지난 달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 이후 행정부가 아무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역시 회담을 어떻게 진행시킬 것이냐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서 조차 서로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럼스펠드는 평양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었다. 반면 국무부는 여전히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립은 여러 가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지난 주 시리아 방문은 국무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국방부의 비난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유럽 문제와 아프리카에서의 원조문제에 이르기까지 행정부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논쟁을 계속 하고 있다. 사려 깊고 야심적이며 힘있는 사람들간의 견제는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논쟁이 점차 타협점을 찾아 간다는 전제 하에서만 그렇다. 이라크 재건 과정의 마찰을 보며 각국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계획이 보다 분명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불명확한 일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지금을 보면 이라크는 그나마 보기 드문, 명확했던 경우인 것처럼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의 리더십으로 인해 미국 국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는 그의 내각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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