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방송ㆍ파라마운트사 등을 운영하는 미디어 그룹 바이아콤(Viacom)에서 창업자이자 오너인 섬너 레드스톤 회장과 딸 샤리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이 패여 누가 이 거대 미디어기업을 물려받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미국언론들은 바이아콤 총수 섬너 레드스톤(84)과 딸 샤리(53) 바이아콤 이사회 부의장 사이에 심각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샤리 부의장이 이사회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섬너 회장의 대변인 낸시 스털링은 “샤리 부의장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사회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들어 섬너 회장과 접촉이 뜸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부녀간의 불화설을 인정했다. 불화의 원인은 바이아콤의 기업지배구조와 사업구상에 대한 의견 마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섬너 회장의 공격적이고 비타협적인 성격이 경영간섭으로 이어져 샤리 부의장이 고충을 겪은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일례로 샤리 부의장은 성과비례의 임원 급여책을 주장한 반면 섬너 회장은 주주배당을 우선하는 방식을 택했다. CBS방송 이사진 구성에서도 샤리 부의장은 과반 이상의 사외 이사진을 구성하길 바랬지만, 섬너 회장은 이를 단번에 반대했다. 미국언론들은 “샤리 부의장은 현대적이고 개방된 경영방식을 추구했다”고 전했다. 또 섬너 회장은 사양산업이라는 생각에 바이아콤의 대주주인 내셔널 어뮤즈먼트 상영관 체인을 매각, 그 돈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업체를 세우려 했지만 샤리 부의장은 이를 반대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 사는 바이어콤과 CBS방송의 주의결권을 갖고 있는 영화상영 체인이다. 샤리 부의장과 섬너 회장이 각각 20%,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섬너 회장은 매번 충돌하는 딸 샤리의 경영권 입지를 줄이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샤리가 임명한 CBS방송 이사 자리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 그는 이러한 경영독점욕 때문에 친아들 브렌트와 조카 마이클로부터 법적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과 관련해 최근에는 그의 두번째 부인 폴라와 바이어콤의 필립 다우먼 최고경영자와 의견교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리 부의장은 2005년 바이어콤 경영에 본격 뛰어들어 당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바이어콤과 CBS방송을 분리하는 등 리더십을 보여 그룹의 유력한 차기 총수로 지목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