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축배' 안겼던 外人자금 '독배' 되나

유럽·北 겹악재에 이달 6兆 '썰물' …시장 동요 부채질<br>코스피 44P↓·환율 35원↑<br>금융시장 패닉 상황 연출


두려움에 팔고 떠나는 것일까. 우리 금융시장을 떠받쳐온 외국인의 동향이 심상찮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남북 간 긴장고조와 스페인의 은행 국유화로 이어지는 유럽의 위기가 확산일로로 치달으면서 유럽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유출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달 들어 빠져나간 외인 자금만도 6조원 가까이 된다. 외인 자금 이탈은 가뜩이나 유럽과 천안함이라는 '더블 악재'로 신음하는 국내금융시장의 동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기근 속에서 원화 투매현상까지 벌어지고 증시에서는 폭락장세가 연출되는 등 패닉 상황마저 나타나고 있다. 25일 금융시장은 무차별적인 외인 자금 유입 속에 샴페인을 터뜨리던 국내시장이 양대 악재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스페인 은행 국유화에 따른 유럽의 위기확산으로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북한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폭등장세를 연출했다. 달러당 1,224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1,277원까지 치솟았다가 장 막판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전날보다 35원50전 오른 1,250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달러화를 구하겠다는 목소리가 가득했고 공급물량이 달리면서 제대로 된 거래도 없이 환율이 올라가는 비이성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환율폭등은 주식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갔다. 코스피지수는 44.10포인트(2.75%)나 폭락하며 1,560.83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고 코스닥지수는 26.37포인트(5.54%) 하락한 449.96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코스닥은 한때 8% 이상 폭락하며 시장 기능을 잃기도 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것은 단순히 지수 때문만이 아니다. 외국인이 '셀코리아(Sell Korea)'의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외국인은 이날 증시에서 5,871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7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이 기간 동안 순매도 금액이 3조695억원에 달했다. 이 사이 코스피지수는 무려 140포인트나 빠졌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5조9,492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금융시장에 축배를 선물했던 외인 자금이 '독배'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환율급등이 이어지면서 외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초 이후 국내 주식과 채권을 50조원어치 이상 사들였는데 이들의 평균 매입단가는 달러당 1,200원대 초반이다. 환율이 계속 올라갈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를 사야 하고 이것이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보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리 외환 당국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환율급등에 따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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