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11월 16일] 옵션 쇼크가 남긴 것

지난 11일 오후 3시. 코스피지수가 장중 1,970포인트까지 뚫고 올라가자 “올해 안에 2,000포인트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앞다퉈 내놓던 여의도 사람들의 낯빛이 일제히 사색으로 변했다. 미국이 달러도 풀었겠다, 주식 말곤 딱히 돈 넣을 곳도 없겠다 싶은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한국 증시의 버팀목이 될 줄 알았던 외국인들이 단 몇분 만에 2조원 가까이를 팔아치웠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한 순간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실 11일 직후 대부분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도이치증권을 통해 매매하는 투자주체가 한정돼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사건의 실상을 조속히 밝히고 그들을 적절히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오히려 시장을 채운 건 언론과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쏟아진 온갖 억측뿐이었고, 하루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강세장도 순식간에 조정장으로 바뀌어버렸다. 주식시장은 일격에 무너졌으나 일단 눈앞에 드러난 것 만으론 외국인들을 탓할 수 있을 만한 처벌 규제가 딱히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계에선 최근 “2조원 털고 200만원 벌금 물게 생겼다”는 자조적인 유머가 여기저기서 돌고 있다. 이번 대량매도에서 외국인들이 위반한 프로그램 매매 호가 제출 1분 지연에 대한 제재금이 ‘최대’ 200만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형사고’ 이후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처벌 수위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대량매도의 경우 사전 신고 및 증거금 예치 문제가 전혀 없다. 현재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불공정거래까지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시장을 흔든 외국인들 앞에 오히려 금융당국이 머쓱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규제와 시장활성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사 결과 별 문제 없이 거래를 했다면 처벌이나 제도개선 없이 (현행 제도대로) 그대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현행 제도 내에서 외국인 매도폭탄을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면 그 책임은 해당 외국인이 아닌 금융당국이 앞장서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로는 시장의 혼란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그 제도를 미리 손질하지 못한 자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들에 대해 쓴웃음을 보내는 증권업계로부터의 신뢰 회복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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