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침체골깊어지는 선진국경제]무너지는 경제대국 일본

빚 800조엔… 탈출구도 막막'실적악화', '부도', '감원'.. 이는 요즘 일본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말들이다. 6일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일본 정부는 당초 1.7%로 내다봤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0.9%로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연중에 해당 연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기는 지난 98년 이후 3년만의 일이며, 특히 오는 9일 열리는 각의에서 마이너스 0.9% 전망치가 확정되면 지난 80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로 기록된다. 최악의 상황은 일본 개개 국민에게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의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지난 10년간 14만 건에 달하는 등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전국의 지방재판소에 제출된 개인 및 법인의 파산신청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만6,000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4.2%(6,100건)를 제외한 나머지 14만 건 정도가 전부 개인파산 신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0년대 초 일본의 개인파산은 2만 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거품경제 붕괴 이후인 90년대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드디어 10만 건을 돌파한 것이다. 경제대국 일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본 경제의 현주소는 경기 사이클 측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은 더욱 팽배하다. 일본 정부는 90년대 초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드러난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재정관리는 일본에게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빚더미를 안겨줬을 뿐이다. 일본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은 600조엔에 달하며, 여기에 지방자치정부와 재정투융자의 부실채권까지 감안하면 거의 800조엔에 이른다. 국가가 견뎌낼 수 있는 부채의 규모가 GDP의 2배(1,000조엔)라는 계산 하에 일본은 머지 않아 국가부도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예언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S&P는 최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으며, 무디스 역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한 금융시스템 역시 발등의 불이다. 일본 금융청이 집계한 일본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31조8,000억엔. 부실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채권까지 합치면 국내 총생산의 4분의 1수준인 140조9,000억엔까지 불어난다. 부실채권에 포함돼 있는 요주의 채권이 정상채권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높은 경제성장률만이 해결책이다. 또는 주가부양 등을 통한 기업의 자산가격 상승도 부실채권 규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인 침체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는 전에 겪었던 것보다 훨씬 심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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