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서민금융대출을 늘리는 동시에 이익금의 1%는 사회에 환원하고 5%는 사내복지기금으로 쌓아나갈 계획입니다. 저축은행업계가 이미지 상승, 사상최대 순익, 자기자본 확충 등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민금융ㆍ중소기업 지원과 사회공헌이라는 본래의 설립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맞은편에 위치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본점을 방문하면서 깜짝 놀랐다. 객장은 웬만한 은행 지점보다 컸고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 30대 미시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앉을 자리가 없이 붐볐다. 또 지난 99년 이후 6년 동안 자산이 8배, 순익은 10배가량 증가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결코 외형경쟁을 하거나 수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얘기도 놀라웠다. 유문철(50ㆍ사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대표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인생의 좌우명이자 경영철학”이라며 “경영을 하면서 지나치게 수익성에 집착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탄력이 떨어지고 고객도 기업의 지나친 수익성 추구에 등을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저축은행이 외환위기와 신용대란의 큰 어려움을 뚫고 지난해 7,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익을 달성하는 등 크게 좋아졌지만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 지원과 사회기여’가 저축은행의 존재 이유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임을 분명히 했다. 유 대표는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으로 담보력과 신용도가 떨어지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생존을 위한 수익은 추구하지만 서민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행훈을 ‘이웃과 함께하는 은행’으로 정하고 이를 다각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우선 금융권이 공동으로 나서는 신용회복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 2년 전부터는 이익금의 1%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사회단체에 돈만 기부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추천하고 심사를 거쳐 생필품을 들고 독거노인이나 고아원 등을 찾아간다. 유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사회복지단체에 가입, 몇 년째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절약과 저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유 대표는 “큰 돈은 푼돈을 차곡차곡 쌓아야 만들어진다. 사회 초년병 때부터 이자율 1%포인트의 차이를 몸에 익히고 돈이 불어나는 자연적인 이치를 깨달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면서 “젊은 때부터 돈을 아껴 쓰고 절약의 이치를 배울 수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특별 상품인 ‘라이프업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한 것도 바로 유 대표의 이 같은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 상품은 20세부터 39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고 우대금리를 더하면 연 6.2%의 고금리 상품이다. 다른 저축은행의 정기적금 상품보다 1%포인트, 은행 상품보다는 2%포인트가량 높다. 유 대표는 저축은행 직원에서 출발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몇 안되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그 때문인지 직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올해부터는 이익금의 5%를 사내복지기금으로 쌓도록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주주ㆍ고객ㆍ직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경영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에게는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직원에게는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주주에게는 회사의 성장을 보여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도 많이 붙어 있다. 우선 업계 최초로 스위스의 머서(Mercer)사와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 등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했다. 현재는 보편화된 고객신용평점시스템(CSS)인 리스크관리시스템(RMS)을 2002년 8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개발해 인터넷 즉시 대출 상품인 알프스론을 선보였다. 또 많은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시작한 선두업체이기도 하다. 2002년 9월 누구도 기대하지 않던 PF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하고 전문가를 영입해 3년 반 동안 1조원이 넘는 대출 실적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등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유 대표는 “5년 뒤, 20년 뒤까지의 비전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똑바로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냉철한 판단력·열정' 중시 평사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유문철 대표는 경영자의 으뜸 덕목으로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비전 제시'와 '멘토(후원자)가 되는 것'을 꼽았다. 세계적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을 역설했던 것처럼, '냉철한 판단력'과 함께 '따뜻한 마음과 열정'을 지닌 CEO가 되겠다는 것이 유 대표의 마음가짐이다. 그는 "경영자는 남들과 다른 눈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경쟁이 치열할수록 시장의 방향성을 읽고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리더십이 가장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자기자신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면서도 직원과 고객에게는 아낌없는 배려와 사랑을 줄 수 있는 따듯한 마음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열린 문화, 열린 경영을 강조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부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또한 커지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열린 시스템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구성원간에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은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 중이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샤프한 로맨티스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첫인상의 샤프한 이미지와 이지적인 모습처럼 일처리는 꼼꼼하고 정확하지만, 인생에 있어서는 낭만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따뜻한 마음도 지녔기 때문이다. 건강유지 비결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감상하는 것. 그는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밝고 건강한 정신적ㆍ육체적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아내와 함께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공연을 관람했다. 작은 무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정이 참 좋았다"고 말하는 유 대표에게서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CEO의 모습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