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14일에도 출근을 못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출근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은행 내부에서 벌써부터 윗선과 줄을 대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 은행 본부장들이 임 내정자 측에 연락해 '제가 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은행과 지주에 인사ㆍ노무 담당 라인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회장께 잘 보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근저지 운동을 펴는 국민은행 노조도 내부적으로는 정치색이 달라 미묘한 갈등도 나타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회장 내정자 출근저지 운동을 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1채널(옛 국민)과 2채널(옛 주택)로 갈려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1채널에서는 1채널 출신 은행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고 2채널에서는 2채널 출신 은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임 민병덕 은행장이 1채널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2채널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노조 내부도 갈리다 보니 정작 은행이나 지주 입장에서는 협상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출근저지를 그만할 명분도 적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런 상황은 노조의 선거와도 맞물린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사실상 초대 위원장이 1채널이었고 현 위원장이 2채널이다. 관행대로라면 출신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부 정치 배경이 얽히고설켜 드러나는 게 임 내정자 출근저지의 한 모습이다.
지주 회장이 새로 취임한 우리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순우 신임 우리금융지주 회장조차 "인사청탁과 줄대기가 성행하는 정치적인 조직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할 정도다. 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임해 은행 자체적으로는 최고경영진의 변화는 없는 셈이지만 눈치보기는 극심하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 겸 은행장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틀어진 측에 서 있던 직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외부에 줄을 대거나 새로운 자리를 찾기 위해 뛰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의 정치 문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은 사실상 우리금융그룹을 해체하고 우리은행을 다른 곳에 넘기는 형태다. 정치권 등 외부와의 연결을 통한 조직적인 반발과 저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수차례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할 때도 우리금융을 포함한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저항과 정치활동에 난처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번에는 우리금융그룹 자체를 없애버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조직적 저항은 극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