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번주 중 5조원의 채권을 채안기금에서 매입할 예정이지만 유가상승, 인플레 가능성 등으로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임에 따라 「원치 않은 채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지난 10월21일 채안기금을 20조원으로 증액할 때도 은행들은 8조5,000억원의 채권을 채안기금으로부터 매입했었다. 당시 매입 금리는 증권업협회가 고시하는 시가평가 기준수익률로 회사채의 경우 8.85% 정도였다.
10월22일 회사채 금리가 8.92%로 상승하면서 당시 매입한 채권은 평가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11월23일 회사채 금리가 9.93%를 기록했을 때 평가손 규모는 100억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이번에 5조원의 채권을 추가로 떠안게 되면 내년 상반기 금리가 두자릿수로 상승할 경우 평가손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평가손도 은행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은행 자금부와 증권운용 담당자들은 기존 채권의 매각이나 금리선물을 이용한 해지를 추진하는 등 평가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의 상승국면을 3단계로 구분, 단계별로 리스크 관리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채안기금을 동원, 억지로 금리를 누르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채안기금이 어느 정도 금리상승을 억제하더라도 인위적인 금리안정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도 『채안기금이 은행에 채권을 넘기면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채권을 팔기도 한다』며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놓는 식의 채권시장 개입이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안기금이 은행에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기금규모를 늘리면서 정상적으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은행마저 채권매매를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장기채 매입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