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형마트에 저리도 훈수꾼이 많으니…

정부가 대형마트 측에 병행수입시장 참여를 요청한 모양이다. 공식 수입업체 외에 대형마트가 수입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와 공산품 가격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와 경쟁촉진을 통한 소비자 편익 극대화다.


정부는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통구조개선 대책회의를 열어 병행수입 활성화 방안을 물가안정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공식 수입업체가 병행수입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 차원에서 대응하고 병행수입품의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정책과제로 삼았다. 앞서 7일 지식경제부는 3대 대형마트 임원을 불러 병행수입 문제를 조율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할인행사를 좀 더 활성화해달라는 주문도 뒤따랐다. 병행수입 확대는 소비자로서는 그지 없이 반가운 일이다. 할인판매 확대 역시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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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방자치단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논란을 빚었던 대형마트의 특정품목 판매제한 조치를 강행한다고 한다. 비록 권고이기는 하지만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는 정치권에 이런 내용을 담도록 법 개정까지 요청할 태세다. 정치권이 지난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를 보면 판매제한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는 서울시의 입장은 공감할 수 있지만 판매제한 권고 51개 품목들은 하나같이 장바구니 물가에 직결되는 것들이어서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양측 사이에 낀 유통업체들은 난감한 처지다.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형마트의 하소연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병행수입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정부 말만 믿고 병행수입에 나섰다가는 영세 수입업체의 반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를 두고 벌어지는 지금의 상황은 물가잡기와 골목상권 보호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한쪽에서는 대형마트의 막강한 구매력을 소비자 편익증대로 활용하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재래시장을 죽이는 싹쓸이 횡포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머리를 맞대고 꼬일 대로 꼬여버린 대형마트 정책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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