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글로벌 헤지 펀드 투자와 한국형 헤지 펀드 상품 출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 기법으로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 펀드의 진가가 알려지면서 정부기관과 연기금, 거액 자산가 등 안정적인 자산증식을 원하는 큰 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헤지 펀드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규제를 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앞다퉈 상품 출시에 나서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헤지 펀드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의 장기화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3%대의 현행 시중 금리는 수 백조원에 이르는 운용자금을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정부기관과 연기금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헤지 펀드 투자 목적이 고수익 창출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분산투자와 시중 금리+알파의 수익을 얻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 헤지 펀드가 위험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 ‘헤지 펀드의 본질은 안정적인 수익’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 비율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의 경우 헤지 펀드를 포함한 대체투자 비중이 15%에 이르고 있고 일본도 연기금들의 헤지 펀드 투자 비중이 10%가 넘는다. 국내 헤지 펀드 시장 규모가 서서히 커지면서 글로벌 헤지 펀드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최근 시장 활성화의 원인 중 하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07년 3조2,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헤지 펀드 수탁고는 2009년 1조원까지 줄었지만 2010년 말 현재 1조3,077억원까지 늘며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글로벌 헤지 펀드들은 국내 자본시장 진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글로벌 헤지 펀드 운용사들은 국내 시장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사무소 개설에 앞서 한국인 마케팅 담당자를 채용해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정사업본부가 총 2,0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최근 진행 중인 해외 헤지펀드 선정 과정에서는 세계 50대 헤지 펀드에 속하는 유명 회사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 한국투자공사(KIC) 등 이미 해외 헤지 펀드 투자를 진행 중인 정부기관ㆍ연기금 뿐만 아니라 아직 헤지 펀드에 투자하고 있지 않은 국민연금도 헤지 펀드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국민연금 운용역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실무진 사이에서는 대체투자 확대 차원에서 국민연금도 헤지 펀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사학연금도 현재 헤지 펀드 투자 계획이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도 한국형 헤지 펀드출시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금까지의 국내에 출시된 재간접 헤지 펀드 상품과 달리 상대가치전략ㆍ이벤트드리븐전략ㆍ롱숏전략ㆍ아비트리지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상품을 이 달 안에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상품은 재간접 헤지 펀드와 비교해 보수가 저렴하고 투자자산을 국내로 한정해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기대수익률 달성을 위해 국내외 헤지펀드들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큰 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롱숏(LongㆍShort)전략=동종 업종 내 다른 종목 등 움직임이 유사한 종목군 중에서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Short)하고 저평가 자산을 매수(Short)하는 포지션을 동시에 구사하는 투자방식.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전략=기업들의 인수ㆍ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 이벤트 예측에 따라 롱숏 전략을 구사하거나 회사채에 투자하는 전략. ▦컨버터블 아비트리지(Convertible Arbitrage) 전략=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와 해당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 가격 차이를 활용하는 거래 전략 ▦상대가치(Relative value)전략=시장가격과 내재가격간 불일치에 따른 차익기회를 포착하는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