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벌계 연구소 '외국계 폐해' 지적 잇따라

외국계 금융기관들 "근거 희박, 정치적 견해"

최근 재벌그룹 계열 연구소들이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비중이 커짐에따라 불거지는 폐해를 잇따라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이들의 주장이 근거가 희박하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금융의 공공기능 약해지고 안정성 떨어진다" =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4일'외국계 은행 비중 증가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외국계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6개 은행 중 14개가 외국계인 뉴질랜드와 은행산업을 거의 전적으로국내 은행이 지배하는 호주를 비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1990년대 이후 외국계 은행의 비중이 높아지자 은행 해외자산 증가율의 변동폭이 함께 커졌고, 국내 조달 자금이 해외에서 운영되거나 해외 조달 자금이 국내서 운영되는 등의 초국경적 자금 이동이 호주에 비해 매우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계 은행의 비중 증가로 해외 경제 충격에 취약해지거나 경기 변동폭이 확대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경제연구소도 지난 18일 '윔블던 효과 나타나는 국내 은행산업'이라는보고서에서 "10월말 현재 일반은행 자산 중 외국계 비중이 66%로, 외국 자본의 지배력이 매우 높다"며 "외국자본 진출로 선진금융기법 도입 등을 기대했으나 공공성 및자금선순환 기능 상실 등의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거나 공익성이 요구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이들 외국계 은행이 독자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중소기업 대출보다는 가계대출과 부유층 자산관리 시장을 강화해 자금중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결론에서 2008년까지 민영화될 예정인 우리금융지주의 경영권을 반드시 내국 자본에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관치금융 벗어나는 과정일 뿐..재벌입장 대변 아니냐" = 그러나 외국계 관계자들은 우선 현재 한국 금융시장서 외국계 비중이 높다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 외국계의 진출로 공공성이 약화된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의 원인이 된 비정상적 관치금융이 끝나고 지나치게 강했던 민간은행의 공공성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금융그룹 임원은 "현재 10개가 넘는 일반은행 중 외국계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곳은 단 3곳(외환.SCB제일.한국씨티) 뿐이며 나머지 은행들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 지분이 높다고 해도 분산된 주주들이라 경영권 위협이 거의 없고 여전히 정부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금융허브를 주창하는 동시에 은행의 공공성 강화를 다시 앞세우는 나라가 어디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재벌에 대한 압력이 커지자 이를 외국계경계론에 편승, 희석하려는 다분히 정치적 성격의 보고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투자은행 임원도 "과거 한국의 은행산업은 개발계획과 맞물려지나치게 공공적 성격이 강조됐고, 이것이 사실상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비로소 은행권이 제대로 이윤 추구에 나서고 있는 것을 공공성 약화로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업대출 감소 등의 지적에 대해서도 "외국은행이 기업 대출을 꺼린다기보다 투자부진 등으로 최근 기업들의 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었고,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히한국은행의 총액대출 제도 등을 통해 자금을 무난히 공급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와함께 추가적 금융 구조조정을 국내 자본만으로 완성하기 힘든 상황인만큼, 불필요한 구분을 두지 말고 국내 및 해외 자본이 가장 합리적 조합을 찾을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에서는 이 같은 연구소들의 주장이 '외국계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진출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재벌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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