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관광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측에 요구했던 ‘3대 선결조건’(진상규명,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치) 원칙을 깨트리면서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이유로 금강산관광 등의 북측 요구를 수용하면 대북 대응의 원칙을 스스로 깨는 것이 돼 정부 입지와 행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도 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대승적인 결단이나 주고받기 식의 양보가 없는 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북측이 금강산 관광재개를 이산가족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과 관련,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은 전혀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측이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상봉과 별개의 문제인 금강산관광 재개를 거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측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끝까지 전제조건으로 내걸면 이산가족상봉이 무산되느냐는 질문에 “이산가족상봉을 실현한다는 입장에서 오는 1일 열리는 세 번째 실무접촉에 임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또 “이산가족상봉은 인도주의 사업 가운데 가장 인도적인 사업”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인도주의 사업인 이산가족상봉을 남북의 정치적인 관계까지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정부 내에서도 북측의 요구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보는 기류가 우세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날 한 토론회 축사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내건 것과 관련,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화해선 안 된다. 이산가족 정례화를 포함해 인도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협조해야 하고, 이는 북한이 본질적 변화를 보이느냐 아니냐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에 연계시키려는 북측의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 될 뿐 아니라 ‘3대 선결조건’이란 공이 이미 북측에 넘어가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협상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산가족상봉 무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정부 내에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관광 재개 요구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협상 개시만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일단 ‘실리’를 취하자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1일 개성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3차 실무접촉 때까지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