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금융투자협회가 운용 중인 장외시장 'K-OTC(Kofia Over-The-Counter Market)' 진입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가 삼성SDS의 빈자리를 메울 경우 삼성SDS가 이끌던 K-OTC 흥행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 CNS와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20여개 종목이 K-OTC 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로부터 K-OTC 지정기업부 진입 제의를 받았다"며 "내부 절차에 따라 지정 조건이나 지정 후 발생하는 의무 사항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진입 여부를 협회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금투협의 진입 제의를 받고 조만간 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협은 삼성SDS의 빈자리를 메울 후보군들을 물색하기 위해 20여개 기업과 접촉 중이다. K-OTC에서 하루 8조원 내외로 거래되며 거래대금 기준 2위를 달리던 삼성SDS가 빠져나가면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협회가 '포스트 삼성SDS' 물색에 나선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삼성SDS의 뒤를 이을 유망 종목이 K-OTC에서 거래되도록 하기 위해 지정기업부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들과 접촉 중"이라며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쯤 거래 가능 종목들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협은 지난 8월25일 기존 프리보드(소수의 비상장 중소기업만 거래되던 플랫폼)를 확대 개편해 K-OTC를 개설했다. 장외주식 거래 때 투자자들은 사설 중개인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고 허수호가나 결제불이행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했다. K-OTC를 이용할 경우 증권사 계좌와 온라인주식매매시스템(H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 아울러 주식과 위탁증거금 모두 증권사에 100% 입금된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 수수료도 저렴하다. 현재 등록기업부(기업의 신청에 의해 등록·56개)와 지정기업부(기업의 신청 없이 협회가 직접 지정·67개)에 123개의 종목이 속해 있다.
국내 정보통신(IT) 산업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삼성계열사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LG CNS로 쏠리고 있다. 삼성SDS와 사업 구조가 비슷하지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산업을 이끌고 있는 3개 업체 중 LG CNS가 유일한 비상장 종목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 CNS 매출액은 1조2,708억8,100만원이다. 삼성SDS의 매출액은 3조9,262억9,500만원이며 SK C&C의 경우 1조1,316억3,100만원이다. LG CNS는 장외주식 시장에서 4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여부도 큰 관심사다. 증권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이 미미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현대차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보통주 주식 5,720만주(25.97%) 가운데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6,445주에 불과하다. 반면 정 부회장은 31.88%의 지분을 보유해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더불어 4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한 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해 현대건설(38.62%)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67%를 보유한 3대 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쉬워진다. 이러한 가치가 주목받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시장에서 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들이 K-OTC 시장에 진입하려면 협회의 내부규정 변경이 필수적이다. 지정기업부에 속하는 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법인 중 주식 공모 및 매출 실적이 있는 회사로 제한된다. 협회가 접촉 중인 LG CNS나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주식 공모 실적이 없어 지정기업부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협회 내부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K-OTC부 부장은 "지정기업부 등록 조건을 주식 공모실적이 있는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으로 한정하다 보니 후보군이 너무 제한적"이라며 "12월 열리는 협회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해 해당 기업이 동의할 경우 주식 공모실적이 없어도 지정기업부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