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심층진단] 고용 대박 효자라더니… 폐업 역풍에 '새 경제뇌관'으로

시장포화로 문 닫는 가게 늘고 종업원 실직 도미노<br>체계적 고용훈련·재취업 지원 등 구조조정 나서야



대박 꿈꾸며 차린 커피전문점이… 날벼락
시장포화로 문 닫는 가게 늘고 종업원 실직 도미노체계적 고용훈련·재취업 지원 등 구조조정 나서야

서일범기자squiz@sed.co.kr















자료사진=위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심층진단] 고용 대박 효자라더니… 폐업 역풍에 '새 경제뇌관'으로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커피전문점을 열었던 김요섭(55ㆍ가명)씨는 최근 폐업을 결심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 밀려 매출이 신통치 않았고 가게 월세와 종업원 월급을 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테리어 비용만 3,000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대신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에 그쳐 3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고용시장은 예상 밖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때는 신규 취업자 수가 50만명을 넘어서면서 '고용 대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것도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발언을 한 것이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었다. 자영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전체 취업자가 증가한 것이다. 조기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조기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치킨집 등 창업 전선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월만 해도 654만명에 그쳤던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 가족종사자)는 꾸준히 늘어 같은 해 9월에는 714만명으로 60만명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신규 취업자는 전년 대비 43만7,000명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상 자영업이 고용을 견인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고용시장을 지탱해온 자영업자마저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비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임금근로자보다 더 커 우려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문을 닫은 곳은 커피 가게 1곳이지만 실업자는 2명이 늘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세한 규모로 사업을 영위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80만명 내외로 추산된다"며 "경기부진이 이어질 경우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 고용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감소세로 전환하나=자영업자가 감소할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임금근로자는 663만9,000명으로 전달보다 3만4,000여명 줄었다. 한파와 같은 계절적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자영업자 규모 자체는 이미 포화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전년 대비로도 감소세로 돌아서 석달 연속 줄었다. 폐업에 따른 도미노 일자리 실종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영업의 특성상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급격한 고용공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김범석 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2000년대 들어 자영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자영업자가 늘었다"며 "긴 흐름으로 보면 자영업자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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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지난해 40만명 넘게 늘었던 신규 취업자도 올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신규 취업자가 15만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고용 대박'의 주역이던 자영업이 올해는 고용한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사각지대 몰리는 자영업자=자영업자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일제히 자영업으로 몰렸다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상 재취업도 어려워 고용시장은 물론 소비까지 동반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 자영업 인구는 200만명을 넘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의 평균 가계부채는 9,000만원으로 2008~2011년에 연평균 18.6%씩 뛰었다. 반면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346만원에 불과해 근로자 가구 평균 419만원보다 70만원가량 낮다. 돈은 더 적게 벌면서 빚은 더 많이 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 과다가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 현황은 2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의 두 배에 달한다. 자영업자는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적 구조가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더구나 최근에는 비자발적 고학력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이 지금부터라도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사업이 부진하거나 폐업할 경우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장노년층의 자영업 유입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들에게 적합한 재취업 경로를 확보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체계적 고용훈련 등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도 정책적으로 조절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2011년 현재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59.2%에 달해 사용직 근로자 78.9%보다 훨씬 높다.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정부가 나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서민금융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취약계층에게는 월세를 보조하고 저금리 융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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