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도끼질

鄭泰成(언론인)아주 옛날, 국가 재산을 도둑질한 자에겐 극형인 사형으로 임했다. 그러나 도둑질은 그치지 않았다. 따라서 도둑질 하다 잡혀서 죽음을 당하는 사람도 끊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도둑질(범죄)처럼 수지가 안맞는 비지니스도 또 없다. 얻는 것에 비해 부담해야할 위험이 너무 크다. 우리 속담에 닷돈 보고 명주옷 입은체 보리밭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돈 다섯 푼을 줍기위해 그보다 훨씬 비싼 값의 비단옷을 입고 보리밭에 들어간다면 옷이 찢어질게 뻔하니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손실을 돌보지 않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뜻이다. 물론 도둑질과 보리밭에 돈 줏으려 들어가는 것은 다르다. 잡히지만 않는다면 도둑질엔 득만 있고 손실을 없으나 보리밭에 들어가는 짓은 득도 있지만 손실도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도둑질의 경우 잡혔을 때의 손실은 너무 엄청나다. 실제로 도둑질의 성공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둑에대한 경계가 높아질수록 잡히지 않는 성공율보다 잡히는 실패율이 더 높아진다. 그런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왜 도둑질은 할까, 아마도 그 답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잡히지 않는다는 참으로 어리석은 맹신속에 있는것 같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도둑의 맹신을 비웃을 자격은 또 우리에겐 없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어리석은 맹신이 각종 안전사고의 심리적 배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잦아진 항공기사고도 따지고 보면 괜찮겠지 혹은 설마라는 맹신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더 거창하게 말하면 도둑이 잡혔을 경우의 위험을 도외시하듯이 우리는 그동안 국가나 기업경영에 있어 위험관리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해온것도 사실이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데 열중한 나머지 거기에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위험과 비용을 무시해왔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무시되었던 위험은 일제히 현실화되었다. 막대한 비용이 일시에 청구되고 있다. 문제는 그런 과거의 잘못에만 있는 것이 또 아니다. 잘못된 것을 개선하기위한 노력 가운데 많은 부분이 명주옷을 입고 보리밭에 들어가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이젠 과거와는 달리 예상되는 위험이 지나치게 과대평가 된다. 닷돈의 값어치가 과대평가되고 그것을 얻기위한 비용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파리를 잡기위해 도끼가 휘둘러지기도 한다. 이래저래 우리에겐 도둑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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