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가 29일 연방기금 금리를 종래 5.5%에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한 것은 두 갈래로 나눠 해석할수 있다.
첫째 아시아에서 시작돼 러시아를 강타하고 남미를 위협하고 있는 세계금융 위기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미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그러나 미국경제가 아직도 건실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세계금융위기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로 금리를 내리기로 했지만 금리인하의 부정적 영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해 미조정에 그쳤다는 점이다.
먼저 지금까지 연준의 입장은 세계금융위기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예방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준 통화정책의 목표가 8년째 유지하고 있는 호황기조를 흐트릴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인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었기 때문에 세계금융위기는 각국의 對美달러 환율 인상과 미국의 수입물가 인하 효과를 발휘, 미국 국내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막는데 가장 큰 효자노릇을 해왔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는 미국경제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인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출수요를 감소시켜 미국의 기계류와 전자제품, 농산물의 수출을 현저하게 감소시켜왔고 반대로 값이 싸진 외국물건들은 봇물터지듯 미국으로 몰려들어 수입이 급증, 결국 무역수지적자를 확대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수출수요 감소는 일부 지역에서 심각할 정도로 실업을 유발했고 이제 이러한 영향이 전반적인 미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지 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연준이 지금까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경기과열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공개시장위가 열릴 때면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한 금리인상 가능성이 항상 제기되곤 했었다. 이번 공개시장위 회의결과를 보면 이러한 연준의 우려는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같다.
금리인하가 자칫하면 경기과열을 유발하는 사태는 막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일부의 기대와 달리 시장금리에 폭넓게 영향을 주는 할인율은 손대지 않고 은행간익익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 금리의 미조정에 그쳤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조정은 세계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경제의 기조를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게 미적지근한 장기호황상태로 2000년대까지 끌어가자는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이다.
이번 금리조정이 미조정에 그친 만큼 한국이 對美수출증가와 외국인 투자증가를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은 여태껏 강세를 유지해왔고 환율까지 엄청나게 오른 對美수출환경에서도 한국의 對美수출은 기대이상으로 늘지 않아왔었다. 한국의 對美수출 부진원인이 미국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쪽에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 정도의 금리 미조정으로 국제 유동자금들이 안정성이 가장 높은 미국을 벗어나 위험성이 상당이 있는 한국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대외 부채의 미국 의존도가 낮은 점을 고려할때 금리인하에 따른부채 감소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연준이 11월 17일로 예정된 다음 공개시장위에서 금리를 추가인하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금리인하의 효과를 분석, 경기자극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세계금융위기의 미국경제에 대한 영향이 지금보다 크다고 판단할경우 금리의 추가조정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11월에 가서 연준 공개시장위가 이러한 판단을 내릴 경우 시장금리 전반에 폭넓게 영향을 주는 할인율까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유동자금이 현재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으나 위험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상당기간이 지나면 안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한국 등 고금리 국가로 머리를 돌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