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글로벌 경쟁 막는 내부의 적

임진혁 <증권부 기자> liberal@sed.co.kr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이요? ‘하(下)중의 하’입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진출 현주소를 취재하고자 싱가포르에 찾아갔을 때 한 현지 법인 대표로부터 들은 말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시장 지위는 미약함 그 자체였다. 최근 2~3년 새 현지 법인이 설립되고 이제 막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평소 금융투자회사들이 습관처럼 내뱉어온 ‘글로벌 투자은행(IB)’나 ‘세계적인 경쟁력’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각 회사 현지법인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며 앞으로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네트워크를 두텁게 쌓고 현지 고급 인력을 등용하는 등 아낌없는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증권사 수익의 원천이 영업인 만큼 자금을 필요로 하는 주체와 투자를 원하는 주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기본을 갖춰 나갈 때 글로벌 IB들과 그나마 경쟁이라도 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해외법인들이 네트워크 형성에만 주력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우리나라 상당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정해진 계약직이다 보니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수익성관리를 해야 하고, 해외법인의 적자를 온전히 투자라고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해외법인들에게도 성과를 강요하게 되면서 해외법인이 네트워크 형성이나 사업기반 확대 이전에 당장 수익을 쉽게 거둘 수 있는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등의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물론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게 있어 수익성은 반드시 수반돼야 하지만 해외법인은 보다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와도 같은 해외법인의 현실을 고려해 이들이 잘 커나가고 여러 친구(고객)들을 잘 사귈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오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증권업계가 말하는 글로벌 IB 육성이 허공속의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 너머에 있는 장기적인 큰 그림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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