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종욱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차세대 위궤양 치료물질 개발"길을 가다가 돈을 줍거나 복권에 당첨됐을 때 운이 좋다고 하잖아요. 신약개발에도 운이 따라야 해요. 그런데 어쩌다 횡재한 것을 의미하는 '행운(Fortune)'과는 좀 달라요.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 나올 수 있는 참된 '운(Serendifity)'을 말하는 거예요." 차세대 위궤양 치료제인 'YH1885'를 개발한 이종욱(51)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그는 신약 개발이란 노력하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운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운이 따랐다고 하면서도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을 발매하는 데 필요한 나머지 운까지 잡을 확률을 50%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는 운을 타고났다. 지난 91년 수많은 신약 중에서 위나 십이지장 등 소화기 계통에 작용하는 신약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 첫번째 운이다. 또 900가지의 후보물질 가운데 최종 후보물질로 뽑은 것이 뛰어난 우수한 약물작용과 인체에 안전성을 가진 것이라는 게 그 두 번째. 동물실험에서도 별 문제 없이 효과가 입증된 것이 세 번째다. 또 최근 끝난 임상 1상 실험(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투약)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입증된 것이 네 번째다. 그는 다섯번째 운을 기다리고 있다. 임상 2상과 3상이 남아 있다. 이것을 모두 통과할 확률은 절반. 절반의 행운마저 이 소장이 거머쥔다면 내년 말이면 현재 'YH1885'라고 일련번호가 매겨진 위궤양 치료제는 정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얻게 되고 속쓰림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막중한 일을 하게 된다. 정식으로 시판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YH1885는 뛰어난 효과를 벌써부터 인정받고 있다. 종전의 위궤양 치료제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돼 장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러나 YH1885는 위산분비를 효과적으로 차단, 이 같은 부작용이 전혀 없으며 의약품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도 우수하다.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현재 YH1885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위궤양 치료제인 '오메프라졸'을 대체할 새로운 위궤양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효능을 인정받아 이 소장은 YH1885를 지난해 10월 세계 최고의 제약업체인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당시 스미스클라인비참)에 국내 제약업체로는 사상 최대규모의 기술료를 받고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는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YH1885의 특허 전용 실시권을 갖는 대신 최종 개발단계까지 1억달러, 시판 후 오는 2014년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는 매출액의 10%를 기술사용료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2004년 YH1885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 매년 2억달러, 2014년까지는 모두 20억달러의 기술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장은 YH1885가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합동운영위원회를 설치, 상용화에 필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매달 한번씩 영상회의를 열고 있으며 일년에 두 차례 양사의 관계자가 한국과 영국에서 번갈아 가면서 만나기로 했다. 이 소장은 신약개발 개발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ㆍ플루트 등 수많은 악기가 서로 화음을 맞춰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신약개발도 임상ㆍ독성ㆍ약리ㆍ합성화학ㆍ미생물ㆍ통계처리ㆍ약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 그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조직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약 3,500억달러다. 우리 돈으로 치면 4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이중에서도 위ㆍ십이지장 궤양 치료제가 차지하는 시장은 20조원 정도로 수위를 차지한다. 특히 '오메프라졸'이란 위궤양 치료제는 지난 한해 동안 60억달러, 약 7조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일단 개발하고 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는가 아닌가는 누가 먼저 우수한 신약을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신약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한단계 발전할 것입니다."이 소장은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약력 ▦49년 출생 ▦71년 서울대 약학대 졸 ▦77년 서울대 약학과 약리학 박사 ▦74~83년 유한양행 품질관리부ㆍ연구부 ▦83~91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책임ㆍ수석연구원 ▦88년 미국 쉐링 플러그 연구소 객원연구원 ▦91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수상경력 ▦91년 대학약학회 학술장려상 ▦94년 대한약학회 약학기술상 ▦96년 철탑산업훈장(29회 과학의날) ▦99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술경영인상 <사진설명>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바탕으로 운이 따라야 한다. 운을 몰고 다니는 이종욱 소장은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차세대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했다.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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