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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람이 드세어진 지난 23일. 풍어제를 하루 앞둔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홍원리는 가벼운 흥분에 휩싸였다. 점잖고 느긋한 충청도 양반 최종범 홍원리장이 들뜬 까닭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풍어제 때문이 아니라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때문. 2월초부터 4월말까지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 잡는 주꾸미는 파도가 높아지면 물결위로 떠올라 그물을 가득 채우는 까닭에, 봄철 부는 바람은 풍어를 예고하는 어신(魚信)이나 다름 없다. 최이장은 “서천은 바다가 얕고, 뻘이 깨끗해 주꾸미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며“주꾸미는 1년 내내 잡히지만 알이 차는 2~4월이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서천 어민들이 주꾸미를 잡는 방법은 두 가지. 안강망 그물로 수면에 떠다니는 주꾸미를 걷어올려 잡는 방법과 소라와 고동을 줄에 엮어 바닷물에 늘어 뜨려 주꾸미들이 집인줄 알고 들어가면 걷어올려 잡는 방법이 있다. 그물로 잡는 방법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최대가 되는 사리 때가 가장 좋은데 특히 이 때 바람이 불면 금상첨화(錦上添花). 반면 조금 때는 잘 잡히지 않는다. 소라나 고동으로 주꾸미를 잡으려면 이를 줄에 엮어 3~4개월 바닷물 속에 담가 놓고 기다리다가 이따금씩 올려서, 소라 안에 주꾸미가 들어 있으면 빼내고, 다시 담가 놓는 식으로 수확한다. 안강망으로 주꾸미를 잡는 어선들은 자정 무렵 바다로 나가 밤새도록 조업을 한 후 새벽 6시쯤 되면 항구로 돌아오는데 비해 이 방법을 쓰는 어부들은 아침 6시에 조업을 나가 정오께 들어온다. 풍어제가 예정된 이 날, 그물로 주꾸미를 잡은 최이장의 배가 홍원항에 들어 온 시간은 새벽 5시 40분. 어선에 달린 조업등이 칠흑 같은 사위를 밝히자 느긋하던 최선장의 발길이 빨라지고, 주꾸미를 트럭에 옮겨 싣는 선원들의 손은 안 보일 정도로 분주해 졌다. 제철인 요즘, 한 번 바다에 나가 챙기는 어획량은 대략 50~60㎏. 시세는 잡히는 양에 따라 다른데 경매가로 ㎏당 1만~1만8,000원선을 유지한다. 외지인이 이 곳을 찾아 직접 사먹을 경우 여기에 몇천원 정도 더 얹어주면 된다. 시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장을 찾는 시간. 최이장은 “홍원리 일대에는 어선 200여척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 쭈꾸미를 잡고 있다”며 “싱싱한 생물을 맛보려면 이 어선들이 들어온 직후인 오전 6~10시 사이에 위판장에 나가 고르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 홍원항 인근 횟집들
14곳 대부분 횟집·민박집 겸해…샤브샤브 등 3만원이면 4명이 만족 홍원항 일대에는 횟집 14곳이 있는데 이중에는 횟집과 민박집을 겸하는 집도 있다. 이 중 초입에 있는 섬덕 ?집에서는 주꾸미 샤브샤브 3만원, 주꾸미 전골 3만원, 무침 3만원을 받고 있다. 3만원 한 접시의 분량은 4명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정도. 회는 한 접시에 2만8,000원인데 샤브샤브를 시키면 회로 나온 것을 데쳐 먹기 때문에 따로 회를 시킬 필요는 없다. 주꾸미 회는 씹는 맛이 낙지 보다 찰지고, 샤브샤브는 부드러운 살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풍긴다. 섬덕횟집 주인 신순희씨는 “쭈꾸미는 올래 익히면 질겨서 먹기에 안좋다”며“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연분홍색으로 변하면 꺼내 먹는게 좋다”고 말했다. ● 주꾸미는
몸길이 20cm 다리 8개 낙지보다 작아 주꾸미는 팔완목 문어과에 속하는 두족류로 몸길이 약 20㎝ 안팎. 몸통에 8개의 다리가 달려있는데, 70㎝정도 되는 낙지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한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다리는 같은 길이이며, 몸통을 둘러싸고 있는 외투막은 달걀처럼 한쪽이 갸름하다. 수심 10m 안팎의 가까운 바다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포도모양의 알을 낳는다.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인 새우가 많아지는 서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눈과 눈 사이에 긴 사각형의 무늬가 있고, 눈 아래 양쪽에 바퀴 모양의 동그란 무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