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심층진단] 쥐꼬리 혜택에 비용은 눈덩이… 불황 겹쳐 KS 포기 잇따라

[KS인증의 굴욕]<br>수수료·정기 심사비 등에 수백만~수천만원 들고 조달청 가산점도 1% 뿐<br>환경 기준 등 지속 강화로 증설·서류 구비도 큰 부담<br>중기 올 반납·취소 191건

기업들이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KS인증을 자진 반납하거나 취소하면서 과거 품질규격의 대명사였던 KS마크의 존폐론마저 나오고 있다. 한 중소제조업체의 생산현장. 서울경제DB



경기도에서 종업원 10명 수준의 조달용 책걸상 업체를 운영하던 A사장은 어렵게 취득한 KS인증을 지난해 반납했다. 한번 정기심사를 받을 때마다 기본적으로 수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나가는데다 지난해부터 환경기준이 강화되면서 1,700만원 규모의 신규설비를 들여야 하는데 최근 경기부진까지 겹치며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생산제품이 '1년 제품심사' 품목으로 분류되면서 정기심사가 기존 3년에서 매년으로 바뀌자 A사장은 억울하지만 KS인증을 그냥 반납하기로 결심했다. A사장은 "KS인증 유지에 매년 엄청난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는 데 반해 조달시장에서 다른 인증과 똑같이 취급 당하고 품질검사는 또 따로 받으니 필요 없다고 느꼈다"며 "어렵게 취득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지만 차라리 그 비용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1970~1980년대만 해도 품질보증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KS마크의 위상이 땅으로 추락하고 있다. 규제와 유지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민간 인증에 비해 실질적인 경쟁력은 없어 중소업체들이 잇따라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일부 기업의 경우 회사 자체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굳이 KS인증 마크를 제품에 부착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12일 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KS인증을 자진 반납하거나 정기심사를 거부해 취소된 건수는 191건. 두달 만에 각각 지난해(581건)와 2010년(451건)의 32.9%, 42.4%에 육박하는 수치다.

불황을 맞아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중소기업들이 이점이 적은 반면 유지비용은 비싼 KS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KS인증 반납ㆍ취소 업체 가운데 대다수인 중소기업들은 인증 혜택에 비해 유지비 부담은 과하다는 것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특히 물품구매적격심사 때 KS인증으로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은 전체 100점 가운데 고작 '1점'에 불과하다. KS인증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부기관이 법적으로 KS제품을 우대하기로 정한 KS우선구매제도인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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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조달시장에서 KS인증이 받는 가산점은 1점"이라며 "KS인증도 민간 표준과 거의 똑같이 대우한다"고 전했다. 한국표준협회의 한 관계자도 "조달시장 등 정부기관에서도 KS인증과 민간 인증 간 차이를 두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KS인증이 독보적인 신뢰의 상징이었으나 이제 그 무게가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중소업계에서는 KS제품인증은 3년, KS서비스인증은 1년마다 각각 받게 돼 있는 정기심사 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KS인증 수수료는 기본 신청비가 한 분야에 50만원, 추가 분야에 대해서는 건당 25만원씩이다. 하지만 여기에 제품심사비가 더해지고 인증심사원 1인당 하루 수당 격으로 공장심사비 32만원에 식비ㆍ일비ㆍ출장비ㆍ교통비가 합쳐지면 비용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출장 오는 심사원 수가 많을수록, 심사원 출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수료 부담이 배가된다. 게다가 공장이 해외에 있는 회사의 KS인증이면 항공비를 비롯해 대부분의 출장비용이 두 배 이상 뛰는데다 출장일수도 늘게 돼 부담은 더욱 커진다.

큰 기업에는 푼돈이라도 지금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중소업체에 허리가 휘는 부담인 셈이다. 더욱이 KS제품인증이라도 1년 제품심사 품목(2012년 기준 85개)으로 분류된 회사는 매년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KS인증을 받았다가 올해 자진 반납한 한 소규모 강관 업체 관계자는 "KS인증 심사는 한번 할 때마다 비용이 엄청나게 나가는데다 적어도 두달은 영업도 못하고 심사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며 "게다가 시정조치를 받으면 확인심사 때 또 출장비 명목으로 몇 십만원이 나가는데 이마저 최근 1년 제품인증 대상이 되면서 아예 반납해버렸다"고 설명했다.

KS인증 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데 따른 부담의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특히 아무런 지원도 없이 최근 환경ㆍ안정 관련 기준만 우후죽순 식으로 늘고 있어 이에 따른 증설과 구비서류에 대한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KS인증 취득 18년 만에 포기를 고민하고 있는 B사장은 "지난해 개정된 환경기준 때문에 1,500만원짜리 기계를 사야 되는데 그럴 바에 KS인증을 왜 갖고 있나 싶다"며 "포기 의사를 밝혔더니 기술표준원 관계자가 찾아와 설득하는 바람에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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