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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의 '다시보는 생명윤리'] (2) 뇌사시 장기이식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작은 레너드라 불리던 ‘최요삼’ 복서. 타고난 승부근성과 뛰어난 기량으로 세계 챔피언에 올랐지만, 복싱의 인기 하락으로 챔피언 대우를 받지 못했던 최요삼. 그런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7년 12월 25일 인도네시아 헤라이몰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최요삼은 헤라이몰을 제압하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최요삼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경기 종료 5초 전 헤라이몰로부터 맞은 안면공격이 결정적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8일 후 뇌사판정이 내려졌다.


최요삼은 뇌사후 생전의 뜻대로 6명에게 장기이식을 한 후 하늘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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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시 장기이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종교, 문화, 개인적 관점에 따라 다르다.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도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는 반면 뇌사상태는 의학적으로 완전히 죽은 상태로 보는 견해도 있다.

뇌사시 장기이식 반대론자들은 뇌사 상태를 죽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주로 ‘생명이 존엄성’과 ‘뇌사를 판정하는 기준의 신뢰성’. 실제로 미국에서 오토바이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사 판정을 받은 청년이 장기 적출 수술을 앞두고 기적적으로 소생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뇌사를 사망으로 보고 있다. 뇌사의 의학적 정의는 전체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돼 회복 불능인 상태를 말한다. 뇌사는 의식이 없다가도 몇 년 만에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식물인간과 달리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실 뇌 기능 정지 이후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사람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뇌 기능이 정지된다는 것은 생명의 핵심이 소멸하는 것과 같다. 뇌사 판정자는 현대의학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며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더라도 보통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후면 신체기관들이 손상돼 사망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장기이식이 생명의 존엄성을 이어가는 차선의 방법으로 간주된다.

침체된 국내 복싱계에 불씨가 되겠다며 글러브를 벗지 않고 링을 지켜온 최요삼 선수. ‘맞는 것이 두려웠다’는 일기를 남겨 주위를 울린 최요삼 선수는 마지막 이별순간에도 새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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