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시장 요구에 굴복한 FRB

파이낸셜타임스 11월1일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남는다. 9월 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후에 우호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키워줬다. 이번 금리인하 이후 향후 전망과 관련해 FRB는 ‘균형의 어려움’을 함축해 다소 진전을 보였다. 9월의 금리인하는 신용시장 경색을 풀고 둔화되고 있는 미국경제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아직은 가능성이 낮은 경기위축에 대한 보험 성격도 짙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선제적 조치는 후에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관련 지표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FRB는 너무 멀리 가는 위험을 안았다. 주택문제는 미국경제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당초 FRB가 예상했던 것보다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신규 주택 건설이 크게 줄어드는 등 주택문제는 여전하다. 물론 신용시장이 나아지고 있고 소비자 지출도 집값 하락의 여파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있다. 부분적으로 재고 영향이 있긴 하지만 지난 3ㆍ4분기 성장률도 견고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의 경우 현재는 고유가와 달러 약세 속에서 현실화 가능성이 그렇게 높아지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감안한다면 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보다는 더 많은 경제 관련 지표를 보면서 한달간 기다리는 것이 온당했다. 그러나 FRB는 9월 조치를 통해 금리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 위험한 것은 FRB가 단기간의 경제활동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성장을 진작시키기 위해 금리를 계속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을 심어주는 데 있다. 이번 조치는 가격안정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특히 달러 약세를 무시한 것이다. 만약 FRB가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리스크를 너무 많이 떠안는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현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FRB가 떠안을 리스크는 아니다. FRB는 지금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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