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위력 보더니… 경악한 중국인들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성공 신화 써나가는 기아차
베이징=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기술력·품질·디자인 '띵하오'… 기아차, 이유있는 돌풍
포르테·스포티지R 등 동급 차종서 첫손가락
K시리즈로 이미지 업… 도요타와 어깨 나란히
판매속도 타의추종 불허 올해 업계 7위로 올라서
"장쑤성의 도시들은 기아차와 옌청(鹽城)시의 상생 모델을 배워라."(뤄즈쥔 장쑤성 서기ㆍ장쑤성의 13개 성내 서기 연석회의 석상) "기아의 옵티마는 폭스바겐의 산타나보다 품질이나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옌청시민 징양씨)
지금 중국에서는 장쑤성 옌청의 기아차가 만들고 있는 성공 신화가 중국 링다오(지도자)에서부터 공무원,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후발 주자로 중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만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자동차 회사가 10년 만에 폭스바겐ㆍ도요타 등 세계 일류 자동차 회사들이 무한 경쟁하는 중국에서 올해 업계 7위의 회사로 우뚝 솟았기 때문이다.
쉬페이 옌청 경제기술개발구 국장은 "동급 차종과 비교할 때 기아차는 GMㆍ폭스바겐에 비해 품질ㆍ성능이 우수하다"며 "첫번째와 두번째 차로 세라토와 스포티지R를 갖고 있지만 세번째 차도 기아차인 K5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베이징ㆍ난징ㆍ광저우ㆍ선전 등 중국 전역의 대도시를 출장 갈 때마다 중국인들의 기아차에 대한 높은 호평을 듣곤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륙 속에 번지는 이 같은 기아차의 인기는 중국질량협회에서 발표하는 최고의 브랜드 평가로 이어졌다. 포르테ㆍ스포티지R가 동급별 차종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
기아의 성공 질주는 무엇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놀라운 판매 속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2008년 14만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2009년 24만대, 2010년 33만대, 2001년 43만대로 급성장했다. 올 10월이면 누적 판매 대수 200만대를 돌파할 예정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경기 하강과 정부의 자동차 구매 보조금 정책 폐지 여파로 자동차 수요가 주춤하며 시장 전체로는 5.8% 성장했지만 기아차는 16.7%로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기아차의 중국 측 합작사인 동펑자동차 출신으로 기아차에서 자동차 생산을 총책임지고 있는 지앙추안 부총경리는 "생산 라인의 과학화, 선진화, 기술 혁신 등 품질 제고 노력을 끊임없이 해오고 철저한 고객 조사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게 성공 가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생산 라인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의 2007년 완공된 기아차 제2공장을 찾았다. 연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의 차체 라인은 인력이 필요 없는 100% 자동화 공정이다. 프레스 공정에서 나온 강판을 286대의 로봇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시간당 66대의 차체를 용접하며 찍어내고 있었다.
서재옥 옌청 기아차 차장은 "옌청 공장의 자동화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로봇이 만들어낸 차체는 갖가지 색상을 입히는 도장 과정을 거쳐 엔진 등의 내용물을 입히는 의장 과정에 들어간다. 장진태 생산관리부장은 "의장 과정으로 넘어가는 순간 첨단 인터넷 정보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차종은 물론 400가지 다양한 사양의 모델들이 어떤 속도로 생산되고 있는지가 실시간으로 협력사에 전산망에 드러난다"며 "이를 통해 협력회사의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고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생산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쉬에용 장쑤성 성장은 기아차 공장을 둘러보며 "그동안 수많은 사업장을 둘러봤지만 이렇게 선진화한 공장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기아의 성공 신화는 생산라인의 첨단화ㆍ과학화에서 시작되는 끊임없는 품질 혁신 노력과 함께 고객의 요구와 시장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신차 출시 능력에 기인하고 있다는 게 현지 업계의 분석이다. 2009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2009년 6월과 12월 각각 포르테ㆍ쏘울을 내놓으며 기아차 돌풍을 일으켰고 2010년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계열 고급 차종인 스포티지R, 2011에는 중형 고급 승용차인 K5, K2를 연달아 내놓으며 기아차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중국 고유 모델인 중소형 차종 K2는 월 1만2000대씩 팔리며 생산이 달릴 정도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올 10월에는 중국형 모델인 K3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이제 단순한 돌풍의 주역을 넘어 도요타ㆍ폭스바겐 등 일류 업체와 대등하게 겨루기 위한 또 하나의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달 29일 옌청에서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3공장 착공식을 가진 것. 이 자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3공장 건설로 중국에서 73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일류기업 도약의 확실한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고 선포했다.
기아는 향후 양적 성장과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프리미엄 고급차 시장 공략 등 질적 성장도 추구함으로써 미래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