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백화점에 갔다가 지하 식품 매장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요즘은 도통 찾기가 어렵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들은 3∼4년전부터 고급화를 지향하면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퇴출시키고 대신 고급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주스 매장을 들여놓았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녹아서 흐르거나 바닥에 떨어져서 매장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위생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행여 바닥에 묻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고객이 넘어지거나 아이들이 부주의로다른 사람의 옷에 묻히기라도 하면 뒷수습은 백화점이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온도가 높은 실내에서 쇼핑하던 고객들에게 입가심거리로인기가 높았지만 판매자에게도 짭짤한 수익을 주는 효자 상품이었다.
면적은 좁게 차지하니 임대료가 적게 들어가는데다 재료나 인건비 등이 싸고 독점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그 백화점 오너의 며느리가 지하에서 아이스크림 코너를 운영한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남편을 잃고 혼자 자식을 기르는 며느리에게 `보잘것 없는' 아이스크림 코너를 줬다고 해서 회장의 인색함을 나무랬지만 실상 이 곳은 당시 하루 평균 200만원대 매출을 거두는데다 순수 마진이 70%에 달하는 `알짜'였다.
이런 계산이라면 10년전 기준으로 한달에 최소한 수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릴 수있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아이스크림 코너는 대게 오너나 오너의 친인척이 직영하는 게 대부분이었고 모 백화점의 경우 아예 임대용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백화점에서는 오너의 친인척들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코너를 달라고 민원을많이 해서 실태를 파악해보니 운영자 대부분이 정권 실세와 줄이 닿아있었다고 한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외에도 백화점에는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들이 있다.
백화점 식당의 대표 음식이던 `냉면'도 식당가 고급화 바람에 밀려 과거의 입지를 잃었다.
연예인 사인회도 예전에는 고객을 모으는데 효과가 있어 환영을 받았지만 지금은 영업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로 오히려 기피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특히 지방의 경우 연예인이 온다고 하면 10대 팬들이 전날밤 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데다가 당일에도 줄이 너무 길어서 매출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또 한 때는 경쟁사에 정보가 유출된다고 해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인터넷과 싸이월드 열풍 등으로 입소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히려포토존을 만들어 사진 촬영을 적극 권장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다음달 2일까지 가구 매장에 드라마 '궁'에 나오는 황실 분위기를 재현한 뒤 사진 촬영을 권하고 있고 지하 2층 수입의류 매장과 2층 여성캐주얼 매장에는 `사진찍는 의자'인 분홍색 소파 등을 가져다 놨다.
이와함께 무역센터점 5층 여성캐주얼 매장에는 TV 광고에 등장하는 가구와 실시간 색이 바귀는 조명장치를 이용해 만든 `포토존 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촌점에서도 젊은 고객이 많은 지하 2층에 사진 촬영용 미술품을 설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