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기고] 煥리스크 관리 선택아닌 필수

대구에 소재하고 있는 D사는 진공펌프를 생산해 미주와 유럽 등지에 연간 1,500만달러 정도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환율 하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환변동보험에 가입해 현재까지 20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예방했다. 특히 2005년에는 13억원을 보상받아 적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D사처럼 적극적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수출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지난해 환변동보험을 이용한 수출 중소기업 수는 1,851개사, 이용금액은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의 6% 정도인 6조7,496억원에 그쳤다. 최근 원·달러 및 엔화 환율 급락으로 중소기업의 환 위험 관리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는 것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실제 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수출 업체 1,0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 수출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82.2%가 지난해 채산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환율 하락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환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29.9%에 불과하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를 관리하는 데는 소극적인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 셈이다. 문제는 환율 하락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데다 일본의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공세 심화와 중국의 저가공략까지 합세하면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온 중소기업 수출 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전체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이를 방증하듯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2%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32%대까지 하락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이 버팀목이 돼야 하는 만큼 수출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환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다. 수출 중소기업이 환리스크 관리에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환리스크를 비용으로 여기고 관리 자체에 부담감을 가지는 데 있다. 실제로 선물환·스와프·옵션·리딩·래깅 등의 환헤지수단을 이용하려면 상당 수준의 비용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환리스크 관리 재원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환율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원시책을 시행 중에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볼 만하다. 환변동보험은 증거금이 없고 보험료도 10만달러 헤지시 1만5,000원 정도로 싸고 실물인도 없이 차액정산방식으로 운용되며 이용 절차도 간편해 대표적인 중소기업 환 관리 수단으로 꼽힌다. 무역협회·중소기업청 등의 유관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연중 수시로 개최하고 있는 환율 전망 및 환리스크 관리 설명회를 활용하는 것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수출 중소기업이 환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 스스로가 환차익과 환차손을 주식과 같은 심리적ㆍ투기적 성격으로 바라보는 점을 들 수 있다. 환리스크 관리는 환율 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 수준이 적정 마진이하라고 할지라도 추가하락 가능성으로 인해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환차손이 예상된다면 지금이라도 일정부분 헤지해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 올해에도 주요기관의 원화 환율 방향성에 대한 예측이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므로 효율적인 환리스크 헤지를 위해 환율 전망보다 명확한 기업 내부규정에 따른 ‘환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헤지 여부 및 금액의 결정과 관련해 주관적 판단보다는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인 헤지가 이뤄질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경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수출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 환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재의 급격한 환율 하락이 중소기업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지만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간다면 가격경쟁력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기업들의 내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환리스크에 정면으로 맞서는 적극적인 기업 마인드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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