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방송위원회가 위성DMB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을 당분간 불허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위성DMB는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상파 재전송은 위성DMB 준비사업자인 TU미디어가 총력을 다해 방송위 설득에 나서고 언론노조ㆍ지역방송협의회도 연일 반대시위를 벌였을 만큼 뉴미디어 정책의 핵심 이슈였다. 결과적으로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을 놓고 벌어진 영역다툼에서 방송업계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재전송 불허 결정의 배경은=이번 방송위 결정은 위성DMB의 조기정착과 방송시장의 균형발전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를 둘러싸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왔다.
방송위는 지상파 채널이 없을 경우 위성DMB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했지만 지상파DMB 등 후발주자와의 균형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위성DMB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다”며 “그러나 동일한 이동방송시장에서 경쟁할 지상파DMB와의 형평성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공익을 위한 방송 콘텐츠를 특정 통신업체의 이익에 함부로 쓸 수 없고 위성DMB가 지역방송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강력 반대한 언론노조 등의 입김도 외면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방송위는 추후 지상파DMB와 함께 재검토할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당장의 반발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위성DMB 어디로 가나=방송위 결정이 발표되자 위성DMB 준비사업자인 TU미디어는 망연자실해하는 표정이다. 벌써부터 수익도 내지 못한 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TU미디어로서는 당장 서비스 시작을 눈앞에 두고 투자해야 할 자금을 조달할 방법부터 마땅치 않다.
올해 안에만 600억~700억원대의 투자자금이 더 필요한데 은행과 주요 주주들은 지상파 재전송이 허용돼야 추가 대출ㆍ증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8.5% 지분의 대주주 SK텔레콤은 이미 33%의 지분투자 한도를 거의 채워 운신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TU미디어가 위성DMB사업에서 철수할 극단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에 들어가더라도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고전했던 스카이라이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지상파TV 재전송을 극력 반대해왔던 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는 이번 방송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상헌 지역방송협의회 의장은 “공익 목적의 기존 무료 지상파 방송을 유료사업의 상업적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논리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엄민형 KBS DMB추진팀장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불만족스럽다”며 “내년 지상파DMB 실시 이후 위성DMB 지상파 재송신이 허가돼도 KBS 지상파 채널을 위성DMB에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산업 피해도 불가피=위성DMB 서비스에 대비해온 단말기ㆍ장비업체들도 방송위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위성DMB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져 연쇄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재송신 불가로 위성DMB의 수요가 크게 줄면 단말기 추가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일본 등 해외 단말기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계기업체 관계자도 “방송위의 늑장대응으로 사업이 지연돼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가입자가 충분히 확보돼야 추가 투자가 이뤄지고 우리뿐 아니라 2ㆍ3차 협력업체들도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