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을 이용하면 보이스톡을 마음껏 쓸 수 있습니다. 많이 퍼뜨려 주세요." 한 포털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이 블로그에서는 '가상사설망'이라고도 불리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이용, 이동통신사 제한조치를 피해 보이스톡을 쓰는 방법을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카카오의 '보이스톡' 같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업체들이 기싸움을 벌이는 사이 이용자들이 '우회로'까지 찾아낸 것.
VPN은 보통 기업 등에서 내부용으로 쓰이는 통신망이다. 각종 업무용 소프트웨어나 메일ㆍ결재 시스템 등을 구축해 이용하면서도 외부에서 함부로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하는 보안성이 강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 내부의 통신 내용이 암호화돼 외부의 일반 통신망으로 전달되는데, 일부 보이스톡 이용자들은 이 점에 주목했다. VPN을 거치면 이동통신사 통신망으로 보이스톡을 이용하든 웹서핑을 하든 이동통신사에서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것.
특히 최근에는 가정에도 흔하게 설치된 무선랜(와이파이) 공유기를 VPN 서버로 활용할 수 있다. VPN을 통해 가짜 인터넷 주소(IP)를 만들어 두고 이를 거쳐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 밖에서나 와이파이 없이도 보이스톡으로 통화할 수 있다. 대신 통화량만큼 무료 데이터 제공량이 차감된다.
덕분에 VPN을 통하면 보이스톡을 통신사의 제한 조치와 상관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SK텔레콤, KT는 5만원대 요금제 이상 가입자가 매월 일정량의 데이터만 mVoIP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제한 없이 보이스톡을 이용한다면 이동통신사들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가입자들이 다소 번거로운 '우회로'까지 찾아내 퍼뜨리는 데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반감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VPN을 이용한 우회접속법을 게시한 한 블로거는 "이동통신사들이 이르면 7월중에 (mVoIP 관련) 요금을 책정한다는데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이통사는 뾰족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이동통신사들이 보이스톡과 관련해 초기 대응을 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상당수 가입자들이 카카오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