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양시장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분양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면서 성수기인 가을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월에는 전국적으로 8월의 두 배에 가까운 아파트 분양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반기에 건설사들이 대규모 밀어내기 분양을 쏟아내면서 미분양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올 가을 분양 시장을 전망하고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9월 분양물량 7만가구로 8월의 두 배…지역별 분위기는=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에 전국적으로 예정된 아파트 분양 물량은 6만9,822가구다. 이는 8월 분양 물량인 3만7,406가구에 비해 86.7% 증가한 수준이며 작년 9월에 비해서는 3배나 많은 물량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9월에만 1만4,685가구가 쏟아진다. 이는 8월의 3,422가구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8월보다 2배 이상 많은 3만2,891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은 8월에 비해 6.4% 증가한 2만2,246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 물량 측면에서 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지방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 지역은 분양 물량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분양가가 싸거나 대기 수요가 많았던 지역, 또는 역세권 대단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경우 강남권이나 교통이 좋은 지역에 위치한 단지는 계속해서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다 보니 그동안 전망이 좋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물량을 많이 쏟아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은 단지 평가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의 경우 관심사는 상반기에 뜨거웠던 부산과 대구 같은 지역의 청약 열기가 가을 분양 시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느냐다. 실제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이 17.19대1로 2006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부산 지역의 청약경쟁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118.5대1을 기록했다. 7월에 분양 단지가 없었던 대구는 6월 83.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 위원은 "현장에서 올라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지방은 단기 투자 성격의 가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이런 지역의 경우 실수요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청약경쟁률 자체가 높은 프리미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수요 기반 약화와 분양가 상승은 부담=상반기에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진 점과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18만7,865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만5,235가구에 비해 약 4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에 비해 분양 물량이 크게 늘면서 미분양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1~4월 4개월 동안 전국 미분양은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공급 물량 증가로 5월과 6월에는 2개월 연속 미분양이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3만4,068가구로 전월 대비 21.1% 증가했다. 분양가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8월 현재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103만원을 기록해 6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을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함 센터장은 "거시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분양가가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이 분양 시장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청약경쟁률이 나올 수 있을지는 9월 분양 시장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별취재팀=이재용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