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각광받던 국내 태양광 왜 휘청거리나

유럽 보조금 뚝…업체는 우후죽순…"공급과잉이 부메랑으로"


기존 업체 몸집불리기에 대기업까지 신규 진입, 시장포화로 화 자초
투자계획 보류·백지화, 가동 중단도 잇따라
수요 제자리속 가격 급락… 업황부진 내년까지 지속
국내 기업들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앞다퉈 추진하던 태양광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공장 가동을 멈추는가 하면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전략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태양광 보조금 축소와 전세계적인 공급과잉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계획 수정, 가동중단 잇따라=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파주에 CIGS박막형 태양전지 양산시설을 구축하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애초 13%대 변환효율의 CIGS태양전지를 개발해 내년 파주에 120㎿ 규모의 양산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다. LG이노텍의 한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해외 정부의 보조금도 중단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에 따라 파주에 내년까지 태양전지 양산라인을 설립한다는 투자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의 장기 투자계획도 불투명하다. LG이노텍은 LG전자와 함께 오는 2014년까지 평택에 태양전지 관련 투자를 한다는 중장기 플랜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파주 투자시기를 조율하면서 평택 투자도 자동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도 태양전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투자를 연기하기로 해 LG그룹의 태양광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G화학은 오는 2013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LG화학의 폴리실리콘, LG실트론의 잉곳ㆍ웨이퍼, LG전자의 태양전지 셀ㆍ모듈, LG솔라에너지의 시공으로 이어지는 LG그룹의 태양광 수직계열화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태양광모듈 공장의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3개의 태양광모듈 생산공장 가운데 제1공장을 지난 6월부터 돌리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 침체로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가장 규모가 작고 설비가 노후한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175㎿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올 들어 9월까지 현대중공업의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사업 수주액은 3억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1,800만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의 11개 태양광셀 제조사 중 3개 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박막계인 알티솔라는 지난해 파산했다. 이들 11개 태양광셀 제조사의 10월 평균 가동률은 23%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현대중공업만이 50%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중견업체인 신성솔라에너지ㆍKPE 등이 3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삼성전자에서 태양광 사업을 이관받은 삼성SDI도 기흥의 150㎿ 생산라인을 거의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위기가 직격탄=업체들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에서 비롯됐다. 아직은 전기요금에 비해 태양광발전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태양광 사업은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한다. 전세계 태양광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자로 보조금을 줄이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것. 국내 기업들이 속속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며 공급과잉 현상을 가속화해 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기존 태양광 업체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가운데 삼성ㆍLGㆍ현대중공업ㆍ한화 등 대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 신규 진입했다. 공급과잉으로 태양전지 가격은 급락했지만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 구조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산업의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태양광 산업의 회복 여부는 글로벌 경기에 달렸고 내년 하반기는 돼야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조달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 국내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기술개발을 통해 선두업체들을 따라잡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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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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