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정기업 관리인 기존경영자 선임추진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 인가 때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2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법원은 법정관리 인가 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기업에 한해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 업무의 연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자력으로 정상화를 밟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 부여하기로 했다. 현재 법무부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 도산법'에도 부실기업의 경영인이라고 해도 부실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을 경우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조항이 삽입됐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지법 파산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천지산업의 관리인에 이 회사의 전 대표이사를 선임했으며 향후 이런 사례를 계속 늘여간다는 방침이다.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첫 선임 법원은 법정관리중인 김 ㈜천지산업의 전 대표이사며 대주주였던 김종영씨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기존 경영자에서 선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지산업은 지난 55년 설립돼 섬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상장법인이다. 납입자본금은 197억원으로 지난 3월 현재 자산 2,367억원, 부채 1,531억원이다. 78년께 건설사업에 진출했으나 91년 이후 분양사업의 실패 등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IMF이후 늘어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8월 부도처리 됐다. ◆부실기업의 조기 법정관리를 유도 서울지법 파산부의 관리인 선정ㆍ감독 기준에 의하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 자산이 채무보다 많거나 회사의 갱생에 기존 경영체제의 유지가 필수적인 경우에는 구 경영자측 인물도 관리인으로 선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물론 채권자협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법원이 이같이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한 것은 부실기업의 조기 법정관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제까지는 경영권을 잃을 우려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법정관리를 피해 왔고 이는 부실을 치유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현재 논의 중인 '통합도산법'은 이 같은 내용을 법제화하며 기업회생을 강조한 것이다. CRC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M&A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기존 M&A를 통한 법정관리 졸업에서 독자생존 쪽으로도 기업처리 방향을 다양화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실의 연속은 막아야 파산법 등에서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을 박탈한 것은 과거 부실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향후 비리의 싹을 자르기 위함이었다.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이 어렵게 됐다는 면도 있다. 법원은 이번 천지산업에 김종영씨와 함께 미도파 감사를 지낸 임재근씨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정, 상호협조ㆍ견제로 부작용을 줄이게 했다. 서울지법 파산부의 윤강열 판사는 "부실기업의 조기 법정관리를 유도함으로써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린다는 취지"라며 "부실의 연속을 막기 위해 관리인 선임과 사후관리는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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