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도체 설비투자 찬바람

경기회복 지연 전망에 연초계획 수정세계 반도체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 지연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불황탈출 또한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조업체는 물론 장비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는 등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상승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본격적인 회복시기가 빨라야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경기 회복 지연-소비수요 감소-기업이익 감소- 기업 IT투자 부진-반도체 수요 부진' 등의 악순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반도체업체들도 연초 발표했던 설비투자 계획을 수정, 투자규모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경우 연초 지난해보다 20억달러 가량 감소한 55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이를 50억~52억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 최대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세계 최대 주문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타이완 TSMC의 모리스 창 사장은 "올 반도체 산업은 한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며 "설비투자 규모를 20% 삭감해 20억달러로 낮추고 감원에 나서겠다"고 밝혀 파장을 몰고 왔다. D램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상반기 대규모 이익을 토대로 최소 5,000억원 이상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이를 2,300억원으로 줄였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1,100억원 수준의 증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올해 총투자예정액 4조6,000억원 중 1조6,000억원만 집행했으며 하반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후식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체들이 지금 투자에 들어갈 경우 실제 생산물량은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며 "미국경기 회복시기를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자칫 가동률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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