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틈새 투자로 떠오르는 파산재단 'PF 사업장'

상가서 타운하우스까지 400여개 쏟아져… 임대수익 노려볼까

감정가 50~60%선으로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아

예보 공매에 관심 높아져

일부 점포는 개별매각 1억원대에 매입할 수도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매입 가능한 부실 PF 사업 매물이 주목받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투자설명회를 통해 소개한 화성 반월동. /사진제공=예금보험공사

포천 소흘읍 소재 상가. /사진제공=예금보험공사


지난 16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130여명의 잠재 투자자들이 2층 세미나실에 모여들었다. 모두 '저축은행 파산재단 관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에 대한 2차 투자설명회'를 듣기 위해 모인 인원이었다. 특히 이날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은 개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상가를 매입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당초 100명 선착순 신청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신청자가 예상을 크게 초과했다"며 "중소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파산재단의 PF 사업장 투자가 새로운 '틈새 투자' 공략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PF 사업장 중 완공된 이후 아직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상가의 경우 낮은 매각 비용으로 인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예보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지난 2011년부터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올해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PF 대출채권 406개 사업장에 대한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실제 매각 성과가 지지부진했지만 최근엔 부동산 투자 심리가 꿈틀대는 한편 예보에서 잠재 투자자 중심 홍보에 공을 들이자 분위기 반전이 시작됐다. 지난 2월과 4월에 열린 1·2차 투자설명회에서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 아파트 신축사업이 36억원에 매각되는 등 총 650억원(매각금액 기준)의 PF 사업장이 팔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PF 사업장 투자에선 기업 투자자들과 개인 투자자들의 성향이 갈린다. 기업 투자자들은 봄기운이 느껴지는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아파트 부지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가에 쏠려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 이후 재택 부문의 수익형 상품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다 보니 상가 쪽으로 관심이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특히 "상가 PF 사업장 투자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저렴하게 시세차익을 보고 매입한다면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차 투자설명회 대상이었던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본 프라자 상가 11개 점포의 감정평가금액은 25억4,000만원이지만 현재 15억9,000만원(점포당 1억4,000만원) 가량의 금액으로 매입이 가능하다.

낮은 가격과 함께 예보에 대한 신뢰도 PF 사업장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예보는 모든 PF 사업장의 현장 실사를 통해 자산 가치와 정상화 가능 여부 등을 먼저 판단한 뒤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적 분쟁 등의 매각 장애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등 파산재단의 PF 사업장이 지닐 수 있는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낮췄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보에서 내놓은 PF 사업장은 채무관계가 정리된 상태에서 정상화시켜 파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PF 사업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현재 회수를 추진 중인 파산재단 관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은 406개다. 이 중 1·2차 투자설명회를 통해 29개의 PF 사업장이 제시됐다. 나머지 사업장들은 이후 설명회에서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투자설명회에선 총 4,500억원 규모의 투자상담이 이뤄졌으며 유찰로 인해 당초 감정가액보다 40~50% 가량 낮아진 금액으로 제시된 물건들도 있어 1억원대의 저렴한 투자로 점포를 매입해 임대수익을 노려볼 수도 있다.

◇상가부터 타운하우스까지=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투자처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아파트 부지보다는 분양을 앞두고 있는 상가다. 투자 설명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서울 서초동 서초아트자이 상가와 용산구 토투밸리 상가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신탁 공매 내용과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상가는 서울 도심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상가의 경우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로 내부에 170개 점포가 입점할 수 있다. KTX 천안아산역 주변에 위치해 교통환경이 우수하고 불당지구 개발로 인한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이다.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금액은 110억원이지만 지난 1월 신탁 공매가 유찰되면서 현재 58억1,0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경북 경주시 성동동의 상가 43개 점포는 당초 29억1,000만원에서 출발해 신탁공매가 7회까지 유찰되면서 현재 19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경주역이 위치하고 국도 7호선과도 100m에 불과해 편리한 교통환경이 장점이다.

일괄매각이 아닌 개별매각이 가능한 상가들은 1억원대의 자본을 투자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상가 19개 점포는 40억4,000만원의 감정가에서 50% 낮아진 20억2,000만원에 매수할 수 있다. 개별매각할 수 있는 각 점포의 평균 금액은 1억 7,000만원이다. 주변은 아파트와 상업용 건물이 밀집한 주거지대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본 프라자 상가(11개 점포) 역시 감정가액인 25억4,000만원의 62% 수준인 15억9,000만원부터 살 수 있다. 각 실의 평균 금액은 1억4,000만원선이다. 상가 인근 지역은 상업용 ·업무용 빌딩이 밀집한 중심 상가지대로 롯데백화점 등도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상가 7개실은 각 호실마다 1억5,000만원선에서 매입이 가능하다. 업무용 빌딩과 아파트단지, 공동주택 등이 주변에 위치해 있어 배후수요가 풍부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상가 이외에 타운하우스와 공동주택용지 등 주거용 PF 사업장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타운하우스의 경우 미분양된 16가구의 감정평가액이 136억5,000만원이지만 7회까지 진행된 신탁 공매에서 81억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한 가구당 평균 금액은 5억1,000만원선이다. 금남리에 위치한 인근 타운하우스 한 가구(전용면적 326㎡)의 매매가가 13억원인 것에 비하면 8억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경기 과천시 문원동 공동주택 부지도 13개 필지 기준으로 당초 70억9,000만원의 절반인 40억원까지 하락했다. 문원동 공동주택 부지는 지난해 8월 신탁공매에서 최종 유찰됐기 때문에 40억원 이상의 금액으로 매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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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삼계동 10필지 규모의 사업부지는 감정평가액이 7억6,000만원으로 다음달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매·신탁공매 유찰시 더 저렴해져= PF 사업장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경매 혹은 신탁사 공매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구입하려는 PF 부동산이 어떤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지는지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경매는 매각 중 입찰자가 없으면 유찰로 결론 내리고 최저가를 20~30%가량 하향 조정한다. 유찰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매각 대상 부동산의 입찰 최저가가 매번 낮아지고 최종 유찰될 경우 최종 금액 이상을 지불하는 투자자가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다. 4월 둘째주 전국 경매시장의 입찰 경쟁률은 4.18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신탁사가 주관해서 진행하는 신탁공매 역시 회차를 거듭할수록 가격이 싸진다. 신탁사는 홈페이지와 일간지를 통해 공매 공고를 사전에 올린다. 투자자는 입찰서,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와 함께 입찰금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자기앞수표를 제출하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수익성 가장 중요 상권 꼼꼼히 따져봐야

● 주의할 점은
소송 추가비용도 변수
공실 여부 직접 살피고 신탁사서 정보 확인을




파산재단이 보유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을 매입할 때는 일반 부동산을 살 때보다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에서 어느 정도 정상화 작업을 진행시켰더라도 일단 한 번 파산으로 인해 사업이 멈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수익성 예측은 상업용 부동산을 구입할 때 신경써야 할 제1원칙이다. 매입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다는 점이 장기적인 수익성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매장용 빌딩의 투자수익률은 1.5%로 직전 분기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공실률은 10.3%로 전기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상가 수익률도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상가 PF 사업장 매입 전 주변 상권의 포화 상태와 입지조건, 연령대별 거주 비율, 유동인구 수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보에서 PF 부동산을 재구조화했다고 하더라도 투자했을 때 실질적으로 상가 임대가 잘 이뤄진다든지 하는 부분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PF 사업장은 그 안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소송이나 추가 비용 등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예보가 저축은행의 PF 사업장을 매입한 뒤 현장 실사를 진행했을 때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거나 보상 요구에 직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가 PF 사업장을 매입할 때는 상가 내 점포들이 공실 상태인지 현장을 직접 찾아 살피거나 감정평가서를 꼼꼼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상가 PF 사업장은 분양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점포들이 비어 있어야 하지만 신탁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가가 불법 임대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상가 매입자와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하면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2차 투자설명회 대상인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상가는 1층 매각대상 8개 점포에서 식당 영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신탁사와 관계된 상가는 관련 정보들을 신탁사에 먼저 확인하고 매매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각 이후 추가로 발생하는 금액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부지 가격이나 공사 대금이 완납이 안 된 경우엔 추가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싸게 PF 사업장을 구입했더라도 이후 비용이 커지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예보는 1·2차 투자설명회에 이어 오는 6월께 3차 투자설명회를 열고 PF 사업장에 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할 예정이다. 매각 예정 물건에 대한 메일링 서비스를 진행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온라인 데이터룸을 운영해 다각도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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