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전과 KT 그리고 삼성

역시 '설마'는 없었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한전은 이날 거대 공기업을 감시ㆍ감독할 새로운 감사를 뽑았다. 그의 경력은 화려했다. 명문대 출신에 청주시장, 충북 행정 부지사 등. 여기에 그의 이력에는 꼬리표 하나가 더 붙었다. '한나라당 제2사무 부총장'. 반론이 있겠지만 수억원의 연봉을 보장하는 자리에 앉은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도 '정치 이력'이었을 것이다. 한전은 현 정부 출범 당시 많은 기대를 품게 했다. 혁신의 전도사로 불렸던 김쌍수 전 LG전자 사장을 영입하면서 철밥통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에게 닥친 모습은 여전했다. 정치인의 자리를 정치인이 이어받는 형상은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아마 한전의 모습은 적어도 6개월 동안 이름만 달라진 채 줄기차게 우리의 눈을 괴롭힐 것이다. 줄잡아 5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공기업 감사 자리. 현 정부 출범에 관여한 사람들은 아마도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을 것이다. 하기는 한전과 공기업만을 놓고 뭐라 할 일도 아니다. 청와대에서 공정 사회를 외쳤던 인물이 민영화돼 국제 사회에서 경쟁해야 할 KT의 전무로 가고, 또 다른 민영화된 민간 기업의 사외이사에까지 여전히 정치인 출신들이 줄을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인사에 관한 한 그들은 '반 공기업'이다. 이쯤에서 삼성을 떠올려 본다. 삼성그룹은 유독 외부에서 사람을 많이 끌어 들인다. 그들에게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라는 개념은 없다. 때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그들의 인재 영입은 전방위적이다. 하지만 어디를 돌아 봐도 하늘에서 낙하산 떨어지듯이 정치인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찾아 보기 힘들다. 통상 전문가라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가고, 이갑현 옛 외환은행장이 사외 이사를 역임했던 것을 놓고 낙하산이네, 퇴물들의 전시관이네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한전과 KT, 삼성. 이들의 차이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국가가 사람과 조직을 보는 생각이 그것이다. 공정 사회라는 거대한 화두를 꺼낼 필요도 없다. 사람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면서 전기 요금을 올리고 통신 요금 합리화를 외치면 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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