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를 구출하기 위한 우리정부의 41시간의 노력은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김씨의 차가운 주검이 발견됨으로써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21일 새벽 5시께 김씨의 피랍사실이 처음 전해진 뒤 정부는 그동안 긴급대책반을 가동하고 수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며 김씨 생사확인 및 무사석방을 위한 백방의 노력을 펼쳤다.
정부의 활동은 크게 각종 채널을 통한 납치범들과의 간접적 접촉 시도, 아랍 유력 언론을 통한 무사 석방 여론 조성 및 유엔과 우방을 통한 석방 노력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이라크 주재 대사관을 통해 이슬람 성직자협회를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김씨를 납치한 무장세력과 간접적 접촉을 시도했고, CPA(미군 임시행정처), MFCN(다국적군사령부) 등과 접촉하며 공조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에서는 피랍 사실이 확인된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서울 주재중동 12개국 대사들을 초치해 김씨 구출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고, 석방교섭 지원을 위해 장재룡 외교부 본부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책반을 21일 오후 현지로급거 출발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김삼훈 유엔대사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유엔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고, 중국에서 열렸던 아세안협력대화(ACD)에 참석중이던 반기문 외교장관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전화 접촉 등을 펼쳤다.
무장세력의 마음을 돌리고 김씨 석방을 위한 이라크 내 여론조성을 위해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 알-아라비야 방송 등 아랍 유력언론을 통한 직접 석방 호소에도 주력했다.
정문수 카타르주재 대사가 21일 오후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서희.제마부대가펼쳤던 인도적 지원과 평화유지 활동을 설명하면서 김씨 석방을 호소한데 이어 국회의원 등도 아랍 언론을 통한 석방호소 대열에 동참했다.
또 22일에는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반 외교장관이 귀국 직후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한국군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국민을 돕고 이라크 경제재건을 위한 것"이라면서 무고한 김씨를 즉각 석방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 덕이었는지 22일 한때 김씨 석방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인질범들은 한국 정부의 이같은 촉구에 귀를 닫은 채 참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김씨를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