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한국통신이 쏘아올린 무궁화1호 위성은 위성방송 준비부족으로 쓸모없이 우주를 맴돌다 연말이면 용도폐기되어 우주미아로 전락할 운명이다. 96년 발사한 무궁화2호도 같은 이유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하늘에 떠있다. 결국 한통은 1,000억원이 넘는 외화를 허공에 버린 셈이다.사정이 이런데도 이번엔 데이콤이 9,000만달러를 들여 오라이온 위성을 발사한다. 발사가 한달쯤 연기되었지만 계획대로라면 벌써 하늘을 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통이 2억여달러를 투자하여 8월에 무궁화3호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아까운 외화를 계속해서 우주에 날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통신위성이 헛돌면서 외화가 낭비되는 이유는 통합방송법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준비가 안된채 방송을 위한 위성이 터무니 없이 앞서서 올라갔다. 계획성 없는 계획 탓인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통합방송법이 올 상반기중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외화낭비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위성 발사는 21세기를 내다본 첨단 기술발전을 위해서나 연관산업 발전을 위해서 도전해볼만 하다. 위성방송 또한 방송의 국제경쟁력과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서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준비 부족과 관련 법이표류하는 사이에 외국의 위성방송이 우리의 안방을 넘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위성통신에 대한 과잉 중복 투자다. 한통이 발사한 무궁화 위성이 유명무실하게 공회전을 하고 있는 때에 데이콤이 신규 참여, 막대한 투자를 하고 나섬으로써 중복투자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은 아직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동반 부실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PCS 꼴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TRS사업은 벌써 퇴출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위성의 낭비를 줄이고 방송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제도적인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복 과잉 투자를 피하기 위해서 위성사업을 통합,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