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동차에서 오일만 새도 산재로 관리… 주민들 "원전 신뢰하죠"

월성1호기와 노후원전 쌍둥이… 加 포인트레프로 가보니

매년 3~4회 주민설명회… 원전 정보·자료까지 공개

철저한 안전의식 바탕… 지역민들과 활발한 교류

신규 원전 건설 85%가 찬성… "손해 없다" 보상요구도 안해<br>"국내기관 주민 소통 힘써야"

캐나다 동부 끝자락인 세인트존의 포인트레프로 원자력발전소의 주조종실. 포인트레프로 원전은 12일 계속원전 여부가 결정될 월성1호기와 같은 모델이다. /세인트존=공동취재단

캐나다 뉴브런즈윅주 세인트존에 위치한 포인트레프로 원자력발전소에서는 1년에 산업재해신고 건수가 600건에 이른다고 한다. 기자는 깜짝 놀랐다. "원전에서 그렇게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인가요. 매우 위험하네요." 기자의 질문에 션 그렌빌 포인트레프로 원전소장은 웃음으로 답했다. 산재신고 건수가 많은 이유는 이랬다. 이곳에서는 박스를 뜯다 손가락을 살짝 베여도, 자동차에서 오일이 조금 새어 나와도 모두 산업재해로 분류된다. 주차해놓은 자동차가 미끄러져 긁혔지만 인명 피해가 없어도 산재신고를 한다.

그렌빌 소장은 "건수로 보면 큰 사고가 많은 듯싶지만 작은 사고까지 모두 산재로 보고하고 있다"면서 "안전규범이 그만큼 잘 작동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주민들의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동쪽으로 비행기로 2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포인트레프로 원자력발전소는 인구 75만명의 뉴브런즈윅주 소비 전력의 25%를 담당한다. 캐나다에서 개발한 '캔두(CANDU·중수로)6형'으로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노후원전 수명연장(계속원전) 여부를 결정할 월성1호기와 쌍둥이 원전이다. 포인트레프로 원전은 지난 1983년부터 가동해 수명이 33년이나 됐다. 그런데도 운전을 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궁금증은 그렌빌 소장이 브리핑에 앞선 안전교육 과정에서 바로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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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빌 소장은 브리핑에 앞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안전교육을 했다. 비상탈출구에서부터 화재나 지진과 같은 긴급상황에 따른 대처방법도 취재진에 상세히 일러줬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처하는 안전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셈이다. 철저한 안전교육은 인근 주민의 신뢰를 얻는 힘이 됐다. 그렌빌 소장은 "철저한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항상 대화하고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해 원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포인트레프로 발전소 인근에 사는 웨인 폴럭씨는 "원전 운영 기관과 지역 주민의 교류가 활발하다"며 "지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주민들 상당수가 원전에 긍정적"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캐나다에서는 원전 인식도 나쁘지 않다. 최근 캐나다에서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여론조사에서 85% 주민들이 원전에 찬성했다. 미국 역시 65%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17개국 350여개 원전 기관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원자력에너지협회(NEI)의 트레이시 메이슨 운영부서 상무는 "1979년 펜실베이니아 원전 사고 이후 주민들의 인식이 나빠졌지만 30년 넘게 꾸준히 주민들이 우려하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노력으로 인해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미국은 원전이 건립돼도 별다른 손해가 없다면 금전적 요구를 하지 않는다. 포인트레프로 지역 노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비아 험프리스씨는 "원전 주변에 거주함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혜택을 오히려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원금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원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개, 그리고 철저한 안전교육이 지역주민들의 마음도 흡수한 것이다.

동행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인트레프로 원전의 계속원전은 2년 3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월성1호기(1983년 상업운전)뿐 아니라 2호기(1997년)·3호기(1998년)·4호기(1999년) 등 앞으로 닥칠 수명연장 여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 최초 여성 원자력 공학박사이자 미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낸 게일 마커스 박사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재가동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주고 얼마나 안전한지도 차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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