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수금 없는' 리스 상품을 최초로 시도한다. 밀어내기식 영업전략을 탈피해 글로벌 무대에서도 '자동차 금융'을 통한 판매확대를 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7~8월 두 달 동안 'SIGN IT & DRIVE IT'이라는 신규 리스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종에 도입했다.
기아차가 처음 실시하는 'SIGN IT & DRIVE IT'은 '선수금 제로'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리스 상품을 통해 계약할 경우 기존에 내야 했던 선수금 부담 없이 차량을 바로 가져갈 수 있다. '선수금이 없는' 리스 상품이 해외 자동차 시장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차는 현재 미국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SIGN IT & DRIVE IT' 상품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 최고급 세단 'K9(현지명 K900)'의 경우 법인리스 비율이 거의 100% 육박해 제도 도입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 월평균 판매량이 118대에 불과했던 K9은 'SIGN IT & DRIVE IT' 적용 이후 지난달 480대를 팔았다. 지난해 9월 판매량이 56대에 그칠 만큼 인지도가 낮았던 차량이 선수금을 없앤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선수금 없이 K9 차량을 리스할 경우 월납입금이 월 429달러에서 499달러로 늘어난다. 하지만 기존에 지불하던 선수금 3,999달러가 사라져 결과적으로 1,479달러의 할인혜택이 고객에게 돌아가게 된다. 일본·유럽 등 자동차업체들이 현지에서 운영 중인 리스 상품의 경우 대개 차 가격에 따라 최소 1,000달러에서 5,000달러까지 선수금을 내야 리스가 가능하다.
기아차 관계자는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소비자가 직접 기아차의 성능과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파격 상품을 도입했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파이낸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기아차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차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