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의 두 영웅인 맥아더와 아이젠하워가 1948년 미국 대선에서 맞붙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S 트루먼(민주)이 이같은 대선구도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최근 발견된 그의 일기에서 밝혀졌다.AP통신은 11일 트루먼이 1947년 대통령 재임 중 쓴 일기가 트루먼 기념 도서관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일기에 따르면 트루먼 대통령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민주당 대통령후보 자리를 넘기고 자신은 부통령후보로 물러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트루먼은 그 해 7월25일 아이젠하워와 만난 뒤 기록한 일기에서 “나와 아이젠하워는 맥아더가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에 영웅처럼 귀국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이젠하워는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하고 나는 러닝메이트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내가 제안했다”고 썼다.
1945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급서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트루먼은 지지 기반이 취약했다. 그는 태평양지역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맥아더를 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아이젠하워를 내세우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48년 대선에서 맥아더와 아이젠하워는 출마하지 않았고, 트루먼은 재선에 성공했다. 트루먼은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을 공격하자고 주장했던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을 전격 해임시키자 맥아더는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말하며 군복을 벗었다. 아이젠하워는 1952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김광덕기자 >